쌀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과 농림부 직원이 쌀협상을 놓고 지면설전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장관은 최근 주요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정부가 개방대세론만 내세우며 책임회피적인 태도로 나가고 있다며 연일 정부협상단을 비판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기고문에서 중국 등 쌀협상국들의 과도한 요구로 협상이 결렬되면 2005년부터 무조건 관세화를 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협상실패를 미리 내다보고 책임을 회피해 두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엔 2004년까지 이해당사국끼리 쌀 재협상을 한다고만 돼있을 뿐 협상 결렬 때의 처리규정이 없어 쌀협상이 실패하면 2005년부터 무조건 관세화가 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우리나라가 앞장서 동의해줬던 사실을 이번 협상단이 얼마만큼 중국 당국에 상기시키며 협상에 임했는지 의문스럽다며 비전문가 위주의 소극적 통상외교 조직에 대해 해체수준의 개혁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경규 농림부 국제협력과장은 지난 25일 신문지면을 통해 "정부는 개방 대세론만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며 "시간문제에 불과한 개방의 불가피성을 알리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내일 예정된 태풍이 모레 온다고 해서 내일은 편히 지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쌀산업은 언젠가 관세화를 해야하기 때문에 국내외 가격차를 줄이면서 체질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소득보전 장치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또 "올해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바로 관세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정부만큼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올해말까지 쌀협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부 주장만 믿고 협상을 하지 않았다가 관세화를 하게 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김 과장은 이어 "정부는 쌀협상에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사람에서부터 외교부의 DDA 협상대사 등 범정부적인 쌀 협상팀을 구성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이런 협상팀을 비전문가로 치부하면 대체 누가 전문가란 말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김 과장은 "쌀협상은 선택의 문제로 개방반대나 무조건 관세화 유예 관철 같은 주장은 공허한 것"이라며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 정부는 각계의견을 수렴해 최종결정은 당당하게 할 것"이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