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5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500회 특집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출연, 경제와 과거사, 남북관계, 북핵문제, 국가보안법 개폐 등 각종 정국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분야별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경제 ▲엄기영 앵커 = 경기부양 조치들이 잇따라 발표되는 것은 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할텐데 경제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노대통령 = 어렵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어렵고 서민들이 특히 어렵다. 기업중에는 중소기업들이, 노동자들 중엔 비정규직이 어렵다. 하지만 질문 하나 드리겠다. 올해 우리가 5.2%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우리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 중 몇위가 될 것으로 보나. ▲엄 앵커 = 상위그룹일 것 같다. ▲노대통령 = 거의 1위가 될 것이다. 작년에는 3.1%로 7위였다. 2002년에는 2위였다. 2001년도에는 1위였다. 2001년 3.8% 성장률이었지만 우리 경제가 다 죽는다고아우성이 컸다. 특히 곧 경제가 파탄날 것처럼 계속 보도돼 (정부는) 소비진작을 위해 무리하게 부동산 규제를 다 풀고 카드가 남발되도록 방치했다. 그래서 2002년도에 7% 성장했는데 이것이 무리한 성장이었다. 주로 내수 기반의 성장이었다. 그러나 이는 운동을 심하게 하고 나면 몸살이 나 며칠 앓아눕듯이 너무 체력을 많이 소모해버린거나 마찬가지였다. 그게 2003년 우리의 3.1% 성장이고 올해의 어려움이다. 부양책을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 부양책을 쓰더라도 반드시 서민경제, 서민소비, 서민들의 일자리에 집중해야 된다. ▲김은혜 앵커 = 특소세 폐지는 서민경제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서민경제 회복 복안은. ▲노대통령 = 복안은 있으나 시간이 오래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경제 의 제일 큰 문제는 성장률이 아니라 격차문제다. 기술격차, 정보격차...그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로 벌어져 있고 대기업.중소기업 노동자간 급여차, 정규직.비정규직간 차이가 있는데 이는 장기적 문제다. ▲엄 앵커 = 경제회복 방안이랄까 경제운영의 큰 틀을 어떻게 잡고 있나. ▲노대통령 = 내수 진작을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정책, 금리정책, 조세정책 다쓰고 있다. 재정지출은 대부분 서민에게 가도록 하고 있다. 특소세 인하는 소비를진작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경기가 나쁠 때 가장 손해보고 경기가 한꺼번에 좋아질 때에는 조금 이득을 보는게 서민이다. 경제구조가 그렇게 돼있다. 따라서 경기변동이 심하지 않도록 유지하는게 서민경제에 매주 중요하다. 또 일하는 사람 100명중 35명이 음식, 숙박, 구멍가게 등 자영업자이다. 경기를 가장 많이 타는 계층이다. 이 계층이 경기가 나빠지면 어려우므로 그 차상위 계층이 돈을 쓸 수 있게 해줘야된다. PDP 텔레비전, 냉장고, 골프채 등을 풀어주는 이유다. ▲엄 앵커 = 부동산정책 기조가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의심하는 분들도 있다. ▲노 대통령 = 집값은 현 수준에서 안정시키는게 제일 좋다. 가장 이상적으로말하면 현재 수준 또는 금리, 물가 수준으로 따라 오르게 하는게 가장 적당하다. 그 러나 전체적으로 집이 좀 거품이 들어가 고평가됐다고 봐서 물가만큼 따라 오르지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일반 다른 물가, 금리수준 이상으로는 절대 올라가지 못하게 묶는다는게 확고한 방침이다. 부동산값이 내리게 하지 않는게좋다. 값이 내리면 금융이 부실해지게 되고 작은 집을 가진 사람들의 상실감이 커진다. 또 이사하고 싶은 사람도 엄두를 못내게 돼 부동산뿐아니라 경기 자체에도 심각한 영항을 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경제를 안정되게 유지해 가자면 부동산값이 현수준에서 유지되는게 좋다. 그래서 경기 과열지구를 지정했다가도 필요 없어지면 즉시 해지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큰 파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궁극적으 로는 보유세를 올린다. 재산세, 토지와 건물의 보유세를 올려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로 가야 한다. 다만 이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여러 수단으로 일단 묶어 놓고 보유세 제도를 하나씩 고쳐 나가고 있다. ▲김 앵커 = 성장쪽에 좀더 비중을 두는 정책기조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노 대통령 = 성장에 관해서는 굉장히 역점을 둬 노력해 왔다. 성장 정책은 한시도 놓치지 않았다. 다만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책을 무리하게 써서 후유증을 남기면안된다. 예를 들면 89년 주가를 올리기 위해 2조7천억원을 증시에다 풀어 버리고 이후 경기 부양책을 계속 쓴 결과 90년에 집값이 엄청나게 올라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사태가 생겼다. 지금 경제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그 원인이 5년, 10년 등그 이전에 축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저는 강력한 성장정책을 쓰고 있지만효과는 참여정부 말년이나 다음 정부 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혁신, 인재양성,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이 질서를 받칠 수 있는 국민의 건강한 사고방식,상식이 통하는 사회, 원칙있는 사회 등이 그것이다. ▲김 앵커 = 무리한 정책을 쓰지않는 선에서 분배보다 성장 정책에 비중을 두고있다고 해석해도 되나. ▲노대통령 = 성장과 분배는 선순환 관계로 가야 한다. 분배는 시장에서 1차적으로 일어난다. 정부가 세금을 거둬 나눠주는 것은 재분배다. 재분배로 1차적 분배를 시정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인재양성, 기술이전 등으로 서민층,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인력이 고급화되고 직업능력이 높아지면 분배가 일어나는 것이므로 내가 말하는 성장정책은 분배정책을 포함하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게 올바른성장정책이고 분배까지 한꺼번에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해야하는 재분배에 관한 복지지출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김 앵커 =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져 예측이 불가능하고 이념적인 불확실성또는 반기업 정서로 투자 장애가 있다는 일부 투자자들이 있는데 어떤가. ▲노대통령 = 반기업 정서는 근거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설사 반기업 정서가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나 정부가 반기업 정서를 만들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취임후 전경련 행사때마다 가서 격려하고 기업하기 좋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반기업 정서를 정부가 만든다고 하면 매우 불공평하다. 경제보좌관에게 소위 좌파적정책이 있거든 내놔 봐라 했더니 별로 없더라. 또 큰 흐름에 있어 지금까지 역대 정부중 가장 일관성 가진 정부라고 감히 자신한다. 아파트 분양가 비공개가 내 소신이지만 정당 의견이 있어서 존중하다 보니까 부분 공개하는 쪽으로 갔다. 타협할 수있는 범위 안에서의 융통성있는 조화라고 봐야 한다. 참여정부들어 기업에 불편한제도를 만든게 하나 있다면 집단소송제도인데 그것도 분식회계, 주가조작 등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지는 수준이다.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고쳐달라고 했지만 안고쳐줬는데 그때문에 투자안되는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도 나와 있다. ▲엄 앵커 = 지금 역점을 두고 있는 노사정 대타협은 기대해도 좋은가. ▲노대통령 = 좀더 노력하며 지켜봐야겠다. 노사정 대타협이 되든 안되든 전반적으로 노사관계는 좀 안정돼 갈 것으로 본다. 지금 국민은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이너무 강경하고 전투적이며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보지않는다. 다수를 점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아직 강경하다고 보기 어렵고 지나친요구를 하고 있다고 절대 볼 수 없다. 몇몇 대기업들의 강한 노조가 그야말로 강경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투쟁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강경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와서 점차 스스로 한발씩 절제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사 ▲김 앵커 =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도 평가해야 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과거사규명에 역점을 두는 이유는. ▲노대통령 = 질문 일부를 고쳤으면 한다. `좌파적 계열의 독립운동도 평가해야된다'가 아니라 `사실을 있는대로 밝혀야 한다'이다. `사실을 바로 조사하고 밝혀야한다'라고 했다. 너무 조심스러워 좌파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좌파라고 말해도 상관없지만 조심스럽다. 좌우이념 대립 속에서 독립운동사에 묻혀있는 한 부분이 있는데그 부분도 발굴돼야 할 것이라는 수준이었다. 역사는 진실대로 밝히고 후손이 있는그대로 배우게 해야 한다. 역사는 미래를 안내해 주는 교과서다. 또 국가는 국민에게 많은 의무와 복종을 요구한다. 근대 이후 모든 생각에서 옳고그름을 판단하는 기준, 좋고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그게 국가목표에 부합하느냐, 국가에 이익이 되느냐'가 사용될 만큼 국가는 가치판단의 기준이다. 따라서 국가는 언제나 정당해야한다. 국가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믿음없는 사회에서 국민은 도덕적으로 행동하지않는다. 따라서 국가가 저지른 과오는 철저히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할 건 사죄하고,부도덕한 범죄는 다시 하지않겠다는 맹세를 할 때라야 그 국가가 비로소 바로 서 갈수 있으며 국민이 그 국가 목표에 함께 동참하고 열심히 노력할 수 있다. ▲엄 앵커 = 과거사 규명이 정략적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고 여론조사를 보면국민은 규명은 좋은데 지금 경제가 안좋으니까 타이밍이 아니잖느냐는 의견들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떤가. ▲노 대통령 = 과거 독재정권들이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억압할 때 자주 써왔던것이 사회혼란, 국가안보, 경제개발이었다. 80년대 내내 경제혼란을 얘기했지만 86년 11% 성장했다. 어렵더라도 해야할 때 할 일을 해야 한다. 지금도 국민이 그렇게어리석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여론이 그렇게 가는 것은 짜증스러움의 표현이라고생각해야 된다. 당장 돈 생기는 것이 아니고 시끄럽기만 하고 짜증스럽기만 하니까조용히 하라는 것 아니겠느냐. 또 정치인이 한다는게 좀 믿기 어렵다, 순수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인데 저는 순수성이 의심스럽다 안의심스럽다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게해야될 일이냐, 안해야 될 일이냐 판단해 해야될 일이면 의심스런 사람이 하더라도받아들이는게 옳다는 것이다. 의심스럽지 않은 사람이 언제 나타나겠는가.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고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