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005년 12월말까지 조만간 이라크로 차출할 병력 3천6백명을 포함, 모두 1만2천5백명을 감축하겠다고 한국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재 3만7천5백명 수준의 주한미군 병력이 2006년부터는 2만5천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같은 감축규모는 지난해 6월 미국이 한국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제의한 수준과 비슷하지만, 감군시기는 우리측이 제시한 2007년 이후보다 2년 가까이 빨라진 것이다. 정부는 예상보다 앞당겨진 미군 감축으로 '협력적 자주국방'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미측이 제시한 미군 재배치 계획에 대해 상세히 검토한 뒤 늦어도 9월 이전까지 우리 입장을 미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7일 기자브리핑에서 "9차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ㆍ태담당 부차관보 등과 6일 저녁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나 1차 공식협상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번 회의에서) 주한미군과 관련한 공식적인 추가 논의는 없다"며 "미측은 구체적으로 어느 부대를 감군할 것인지, 해외기지의 4단계 분류중 주한미군기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측은 구체적인 감축대상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이라크로 차출될 미2사단 2여단 외에 미8군 및 2사단 예하 항공ㆍ포병ㆍ공병여단 등과 각종 지원부대 및 공군의 일부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우리측과의 협상에서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이 완료되면 주한미군의 해외투입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불필요한 체중을 감량하고 근육을 강화해' 보다 신속한 주한미군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혀 왔다. 이는 주한미군이 신속기동군으로 재편돼 동북아의 분쟁지역에 투입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이 우려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