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일부 병력을 겨냥한 미국의 이라크 차출 요구에 대해 정부는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과 가급적 연계시키지 않으면서도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를 안보공백 우려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여는데 이어, 주중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안보공백 최소화 등 중장기 대응책 마련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는 주한미군의 일부가 이라크로 차출되더라도 대북 억지전력에서는 군사력 공백이 그다지 있을 것으로 보지 않지만, 일부 정치권 및 국민의 심리적 안보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연착륙'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이 17일 브리핑에서 "(차출될) 주한미군 숫자와 관련해 여러분들께서 관심을 갖겠지만 주한미군은 시스템으로 봐야 하고 프레즌스(presence)로 봐야 한다"고 말한 데서도 정부의 이 같은 시각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 전력이 남한 내에 주둔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대북 억지력에 가장 핵심요소인 만큼 실제 군사력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한.미 당국 간에는 주한미군의 차출 규모가 아직 합의되지는 않은 상태이나 정부 안팎에서는 그 규모가 최악의 경우 수천명선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3만7천명 규모인 주한미군은 편제상 중급인 미 2사단이 주력으로, 3개 지상 기동여단과 1개 항공여단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지상 기동여단은 3개 기보대대, 3개 전차대대, 3개 경보대대로 이뤄지며 항공여단은 1개 강습헬기대대, 1개 항공수색대대, 1개 항공지원대대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1개 여단은 미 본토에 주둔 중이며 최근 전력화된 스트라이커 장갑차량을 장비한 규모 미상의 신속대응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력으로 따지면 미 2사단은 북한의 815 탱크사단 4개 규모에 이르고 있다. 함택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주한미군 감축은 우리가 이미 예상했던 문제"라며 "일부 미군이 나가도 한반도에 안보공백은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 교수는 "정부는 앞으로 협상시 (이라크로) 빠지는 주한미군이 다시 한국으로 오느냐 여부를 명확히 해야한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보불안감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미간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주한미군 일부 차출이 실제로 한반도 전력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심리적인 영향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요구 배경과 관련, 정부는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스페인의 철군 결정과 이라크 내에서 성학대 파문과 6월 이라크주권이양 일정을 앞두고 강력한 안정화 작전을 할 수 있는 자국군이 긴급히 필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연합군 규모 재평가 차원에서 주한미군은 물론 주일미군도 이라크 파병전력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것이 지연되고 있는 한국군의 추가파병에 대한 미국의 우회적 압박메시지일 수 있음과 동시에, 향후 주한미군 감축의 신호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부시 미 행정부의 의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미국의 요구가 향후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과 관련된 한미미래동맹 협상과정에 끼칠 영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김범현 기자 kjihn@yna.co.kr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