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자 시민단체와 학계는 12일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분열된 국론을 추스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과 네티즌들은 "이번 탄핵은 잘못된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지만,다른 한편에선 "노 대통령이 자초한 것 아니냐"란 반응도 많았다. 각계 지도층들은 특히 국정 공백과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고건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정부 각 부처가 냉정하고 차분하게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학계·법조계=시민단체들은 탄핵안 가결 소식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YMCA 심상용 시민사업팀장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탄핵안이 통과된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며 "헌법재판소는 국정공백을 줄이기 위해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한국 국민이라는 게 불행하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선애 정책실장은 "총성없는 권력 찬탈이 이뤄진 것 같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공백상황에 대한 사회적 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학계는 국민들의 냉정한 대응과 정부의 국정공백 최소화를 주문했다. 경희대 권영준 교수는 "대통령의 어제 기자회견이 사태를 악화시켜 최악의 상황을 이끌어낸 것 같다"며 "국민들이 법치주의 원칙하에 탄핵 찬반으로 분열되지 말고 냉정하게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법대 김상겸 교수는 "어차피 상황이 이렇게 됐고 앞으로 많은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역시 참담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국정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헌법재판소가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을 내려줄 것을 당부했다. 김갑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이번 탄핵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게 여러 헌법학자와 변협의 일관된 의견"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가능한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법원은 이번 탄핵안 가결에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시민·네티즌=시민들도 여·야의 정쟁만 난무한 '국민없는 정치현실'에 대해 분노와 울분을 토했다. 회사원 유태경씨(43)는 "당리당략을 위해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작태'는 국민으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은 후손들에게 떳떳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회사원 조정민씨(32)는 "노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했던 언행들과 실정이 쌓여 이번 사태가 촉발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국회도 이 정도 문제로 탄핵까지 하는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신직수씨(47)도 "강자인 대통령이 조금만 양보했어도 야당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전날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네티즌들은 탄핵안 가결에 대해 비난과 분노의 말을 쏟아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온라인 투표에서는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인정한다'는 의견보다 4배 가량 많이 올랐다. 'kim919404'란 ID를 쓰는 네티즌은 "대통령도 국민이 뽑았고 국회의원도 국민이 뽑았는데 국민에게는 물어보지 않고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구 다 했다"고 비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네티즌 최지룡씨는 "가슴에 눈물이 쏟아진다. 다음달 총선때 국민들이 냉정히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네티즌 'tiny8238'은 "솔직히 대통령이 잘한 것 없지 않느냐"며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후의 'Jangnote'도 "대통령은 이번 일을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