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에 열린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법사위 청문회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로 무산됐다. 여야 의원들이 2시간 가까이 지루한 말싸움만 되풀이한 탓에 금감원 보고와 증인신문은 아예 이뤄지지도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얼굴을 붉히며 감정섞인 설전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은 김근태 원내대표의 지시로 오전 9시50분 회의장에 입장,법사위원석을 차지하고 앉아 회의진행을 저지했다. 법사위원인 한나라당 홍준표 최병국 최연희 의원,민주당 김영환 조재환 의원 등은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퇴장을 요구했다. 법사위원인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은 "대부분의 법사위원들이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상황에서 청문회를 여는 것은 부당하므로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최용규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요구한 증인은 모두 배제된 이번 청문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총선전략을 위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적반하장식'청문회"라며 "증인을 재조정하기 위해 간사협의를 먼저 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반격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새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회의장 점거라는 구태정치를 자행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정상적인 청문회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밝히면 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은 "정상적인 법적절차를 밟아 결정된 청문회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모두가 잠재적 피의자이고 어느 누가 검찰 앞에서 떳떳할 수 있냐"고 따졌고,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야 유시민,말 조심해"라고 소리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회의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김 위원장은 낮 12시10분 정회를 선언했다. 2시간 동안 회의장에 앉아있던 금감원 임직원들은 질문 한번 받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