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자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고 민간기업에도 사실상 강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데 대해 재계가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까지 들먹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공무원 도덕적 해이 산물 =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정부당국에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정부의 정년연장 방침이 기업의 인사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뿐만아니라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이 중요시되는 시대 흐름에도 역행한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상의는 특히 "현재 55세 정년조차 못지키고 있는 민간기업에 60세 정년을 강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정년연장의 혜택은 주로 법률로서 신분이 보장되는공무원과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지닌 공기업 근로자만 누리게 될 것"이라면서공무원을 비롯한 특정 근로계층만을 위한 제도로 정착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공무원의 경우 1호봉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21호봉의 임금수준이 평균191.0으로 전형적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보이고 있어 정년연장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의 20년 이상 근속자 임금 수준은 우리나라가 186.4로 스웨덴(112.4), 영국(119.6), 이탈리아(122.7), 독일(123.9), 프랑스(150.1) 등 5개국 평균 125.7에비해 배 이상 높고, 미국의 경우도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상승폭이 110∼125 수준으로 우리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상의는 밝혔다. ◆ "실효성 없다" = 대한상의는 이 건의서에서 "경제의 고용흡수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년연장 방침은 결국 고령층의 일자리는 보장해 줄 수 있겠지만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기때문에 청년실업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의서는 또 '2002년 고용보험 백서'를 인용, 퇴직 근로자 중 정년퇴직 사유로직장을 그만두는 근로자는 1천명중 4명에 불과할 정도로 정년을 채우는 근속하는 근로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민간기업에 강제한다해도 실효를 거두지 못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의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및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심리를 살려 인력수요를 늘리는 방법이 아니라 정년연장을 통해 인력보유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시장경제원리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정부의 정년연장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정년연장 문제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아닌 기업 자율로 결정할 내용"이라며 "고령자 정책은 고령자들을 단순히 한 기업에서 오래 근무하게 하는 정년연장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 있게 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정년연장 대신 호봉제도 폐지 및 능력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지원함으로써 장기근속자 위주의 고용조정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상의는 또 "최근 거론되는 임금피크제는 연공서열의 불합리한 임금체계로 인한부담을 일부 완화한 것에 불과하고 원천적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임금체계의 대안으로는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부에서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누차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년연장 의무화 같은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조치들이거론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외국인투자가들이 정부의 정책일관성 부족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가 어렵다는 점을호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