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5일 오후 취임이후 처음으로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을 면담하고 정치, 경제 등 당면현안에 대해 30여분간 의견을 나눴다. 최 대표의 이날 DJ 방문은 두차례 무산된 뒤 어렵사리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으나 그동안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정치적 노선과 철학을 견지했던 탓인지 차분한 대화속에 더러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최 대표와 김 전 대통령은 첫 면담이란 점과 신년인사차 방문이란 점을 의식한 듯 입장차가 뚜렷이 드러나는 남북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최 대표는 면담에서 정계 원로인 김 전 대통령에게 대여관계는 물론 당무감사유출 파문 등 당내문제에 대해 두루 조언을 구했으나 김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해결책보다 `국민 우선 정치'를 주문하는 등 원론적 입장만을 제시했다. 김 전대통령은 먼저 최 대표가 경남 산청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우리 조상인 가락국 10대왕 양왕은 신라가 밀고 내려오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백성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대세에 순응, 나라를 신라에 넘겨줬다"며 "백성의 안전을 생각해 대세에 순응하는 정신을 가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는 김해 김씨의 자랑"이라며 우회적으로 최 대표가 개인의 `안위' 보다 국민 우선의 정치를 펼칠 것을 주문했다. 최 대표는 "경제가 주저앉는 데다가 한미관계도 영 과거같지 않고 북핵문제는되는지 안되는지 오리무중이어서 국민이 나라를 바라보는 눈이 좋지 못하다"며 현정부의 실정을 은근히 부각시켰으나 김 전 대통령은 오히려 "제1당이 잘해야 한다"며맞장구보다는 한나라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또 최 대표가 "미국같은 경우 원내1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도 다 장악하고 마음대로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도 않으니 선배들이 국회를 잘못 만들어놓은 것 같다"고 국회운영의 애로를 지적하자 "서로 공동으로 참여해서 해야 한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국운영을 주문, 대화가 평행선을 달렸다. 이어 최 대표는 "사실 나라경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효과적인데 심각하게챙기는 모습이 안보여 걱정이다"고 지적했고, 김 전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은 노사가 한몸이 돼야 한다"면서 "노사융합이 안되면 아무리 개혁해도 도리가 없다"고비켜나갔다. 이에 최 대표가 노사문제로 화제를 바꿔 "민주당, 열린우리당에서 오면 단단히기합 좀 부탁한다"고 당부했으나 김 전대통령은 "최 대표가 그런 문제에서는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으니 열심히 하라"고만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