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새해 정국의 기상도는 눈보라와 비바람이 교차하면서 맑은 날을 찾아보기는 힘들 것 같다. 특히 4.15 총선전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여야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싸고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대회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정국의 불가측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우선 검찰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수사 결과 발표가 몰고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1월 초순부터 본격화될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수사도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갈 수 있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은 노 대통령의 도덕성 논란을 확산시키면서 탄핵, 또는 자진 사퇴 등 거취문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나갈 태세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검찰수사에 대해 "짜맞춘 수사"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은 야권의 공세에 정공법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돼 청(靑)-야(野)간 명운을 건 한판 승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관점에서 측근비리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국민 입장 표명이 나올 가능성, 그리고 내달 중반으로 예정된 노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등은 국면을 뒤흔들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측은 "특검 수사를 지켜본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통령의 진퇴 문제가 연일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이를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각 당이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총선체체로 전환하면서, 공천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도 새해 정국불안의 중대한 변수다. 특히 당무감사 결과 유출을 둘러싼 한나라당내 갈등은 `분당 불가피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주목된다. 대선자금 수사 파문으로 인한 당의 지지도 추락속에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이회창(李會昌)과의 거리두기' 승부수가 당의 원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 거야의 붕괴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얘기다. 더욱이 검찰이 진행중인 대선자금 수사결과 발표는 휘청거리는 한나라당에 마지막 일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분당 사태로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보는 한나라당이 분당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설혹 일부가 공천 불만 등으로 탈당한다 해도 의미있는 분당 국면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한나라당의 공천 물갈이 전략이 어느 정도 여론의 호응을 받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는 판단에서 최 대표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달 11일 총선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될 열린우리당은 영입작업을 본격화 하면서 총선체제 정비를 서두를 계획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전대를 전후해 입당할 경우 명실상부한 여당으로서 한나라당과의 양강구도로 몰아가겠다는 것이 우리당측의 총선전략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 파문은 가뜩이나 지지도 정체로 고심중인 열린우리당에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또한 기성정치권과 재야 세력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우리당 내부의 복잡한 상황은 당내 인사나 조직책 인선 등을 둘러싼 내홍으로 번질 개연성을 언제든 내포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대 이후 구성될 새 지도부가 당내 화합을 이뤄내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떤식으로 설정할 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대선자금 국면에서 자유로운 입장인 민주당은 내달 중순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고 이어 하순께 총선 선대위를 출범시키면서 총선체제 정비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난 11.28 전대이후 당의 이미지 쇄신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고 보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양비론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국 주도권잡기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 또한 당내 호남 중진 물갈이론이 내부에서 제기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고, 총선이 임박해지면서 정국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강구도로 전개될 경우 제3자로 전락할 위험성 등으로 순탄치만은 않을 총선장정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