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 이상이면 정계은퇴'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전날 초강수를 들고 나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자신에 대한 조사를 포함한 성역없는 수사를 역설하면서 정치권 전체의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 아울러 경제계를 비롯 수사 확대에 대한 사회 일각의 우려에 대해 노 대통령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선(先) 철저수사,후(後) 국민심판과 용서가능'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야권의 반발이 심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오히려 더 커질 전망이다. ◆불법대선자금=노 대통령은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언급한 '10분의 1' 발언의 파문이 확대되는 것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에도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원래의 취지가 잘못 전해져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대국민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 문제의 발언이 왜 나왔는지를 힘주어 설명하게 됐고 불법 대선자금의 철저한 조사 필요성도 역설했다. 특히 이 전 총재가 모든 책임을 떠안고 나섬에 따라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반성하는 자세로 철저히 수사에 협력하고 모든 사실을 밝힌 뒤에 총선에서 겸허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용서받을 사람은 용서를 받으리라 생각한다"며 앞서 꺼냈던 기업인 등에 대한 사면권 행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이보다 앞서 지난 7월 제기한 '선거자금 공개를 통한 대국민 고해성사-검찰 검증-대국민 용서 구하기' 제안에 대해서는 "이미 (시기가) 늦어버린 것 같다"며 검찰수사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측근비리=노 대통령의 왼팔,오른팔이라는 안희정 이광재씨가 구속됐거나 구속될 수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검찰의 수사는 진행되고 있지만 썬앤문의 1억원 수수와 장수천 빚 탕감 의혹,기타 대기업 불법자금 등에 대해 노 대통령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알고 있거나 보고를 받았는지,또다른 불법자금 수수는 없는지 등이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이에 대에 노 대통령은 "철저하게 하느라 노력했지만 그렇게 못해 지금 국민들께 부끄러운 모습이며 미안할 따름"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속시원히 말하고 나면 당장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지만,나는 다 안다고 말했는데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제가 거짓말한 꼴밖에 안되고,검찰에 대한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오해될 소지도 있다"며 "수사가 끝나고 제 양심껏 국민들께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입당과 개각= 개각은 지금까지 줄곧 주장해온 장관 단명에 따른 폐단을 설명하면서 "12월은 중간 인사(개각)"라고 소폭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총선 후를 거론,이때 좀 더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입당은 "한시도 국정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제 거취로 총선전략에 임한다는 식이 좋은 자세는 아니다"라며 당분간 입당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도 정치인이고 언제든 정당에 입당해 당당히 선거운동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총선과 연계 가능성을 남겼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