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주도적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4번째 검찰에 출두한 최돈웅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가 검찰에 출석해 불법자금 모금을 자신이 모두 지시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많이 울었다"며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16일 오전 10시30분께 심규철 의원 등 동료의원들과 함께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재출두한 최 의원은 그동안 검찰 소환을 거부해 오며 마음 고생을 어느 정도 한탓인지 약간 초췌한 모습이기도 했다 최 의원은 첫 출두에서 기자들의 취재를 일절 거부하며 민원실 안으로 직행했던것과 대조적으로 이 날은 포토라인에 서서 침착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최 의원은 전날 이 전 총재의 검찰수사와 관련, "이 전 총재에게 불법자금 모금사실을 지시받지도 않았고 사후 보고하지도 않았다"며 "보고를 하더라도 선대본부장이 하지 내가 왜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가 끝나면 이렇게 문제가 발생할 줄 알고 당시 재정위원장을 맡지 않으려 했다"며 "재정위원장을 하라고 하도 떠밀어서 이름만 걸어놓았을 뿐"이라며당에 대한 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4대 기업 외에 다른 기업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는지 여부에 관한 질문에 최 의원은 "1년이 지난 지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나는 지금 화장실에 가도 지퍼를 채우는 것을 곧잘 잊어버린다"고 털어놨다. 최 의원은 이어 "대선 당시 20여군데 기업에 전화를 걸어 지원요청을 했지만 지금 명단도 없는 마당에 어떻게 그 기업들을 기억해 내겠느냐"고 말했다. 최 의원은 그동안 소환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지친 듯 "지금껏 검찰조사를 수차례 받아 더 말할 것도 없다"며 "검찰수사 때문에 살이 6㎏이나 빠져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청사 안으로 사라졌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