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15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자진 출석함에 따라 최돈웅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구속)에게 불법 대선자금 모금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놓고 이 전총재를 상대로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40분께 검찰에 출석한 이 전 총재는 조사에 앞서 안대희 중수부장과 5분간 독대를 한데 이어 11층 조사실로 올라가 주임검사인 유재만 중수2과장과잠시 면담을 갖고 바로 오전 11시께부터 1113호 조사실에서 신문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는 검찰조사에서 "불법 대선자금 모금은 다 내가 알고 있으며, 모든책임은 내게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 모금을 지시한 구체적 정황이 있는지 여부를 캐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과 서정우변호사도 차례로 소환돼 이 전 총재를 상대로 강도높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케했다. 이 전 총재는 오후 1시께 이상형.정인봉 변호사와 함께 심규철.김무성.권철현.신경식 의원 등을 30분간 접견한 뒤 검찰에서 주문해준 미역국으로 간단히 점심 식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를 접견하고 조사실을 빠져 나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굳은표정으로 "총재께서 사법처리까지 염두에 두고 대단한 결심을 갖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신경식 의원은 "필요하면 밤샘조사도 받을 요량이 있다. 우리는 그러려고 들어왔다"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예비조사에 가깝다. 추후에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을 때는 정식으로 다시 소환하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대검 청사에는 한나라당 의원 10여명 뿐만 아니라 그간 이 전 총재를 보좌해왔던 이흥주 전 특보 등 측근 그룹도 대거 모습을 드러내 한때 이 전 총재가 원내제1당인 거대 야당을 이끌었던 유력 대선후보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또 이 전 총재의 개인 후원회인 `부국팀' 회장을 맡았던 이정락 변호사가 오후1시께 조사실이 위치한 11층에 나타나 검찰에서 이 변호사를 전격 소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이 변호사는 변호인 자격을 이 전 총재를 면담하러 온것이며 검찰 소환조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7시께 이 전 총재에게 1차례 더 변호인 접견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혀 검찰조사가 밤늦게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윤종석 기자 phillife@yna.co.kr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