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9일 막을 내렸다. 정쟁으로 시작해 정쟁으로 끝난 이번 국회는 한마디로 '부실' 그 자체였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졸속이 예고된 터에 민주당 분당사태와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불법대선자금 수사가 겹치면서 민생이 실종된 '식물국회'로 전락한 것이다. 민주당의 분당사태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출발한 국회는 초반부터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되면서 험로를 예고했다. 이어 불거진 노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는 시점에서 터진 SK비자금 1백억원의 한나라당 유입사건으로 국회는 '측근 비리 국회'로 바뀌었다. 특히 민주당이 분당으로 졸지에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국회는 완벽하게 야당의 장악하에 놓였고 특검법 처리과정에서 거야(巨野)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국회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과 제2당인 민주당이 손잡고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을 재적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급기야 노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에 한나라당이 반발해 국회등원을 거부하는 바람에 10여일 동안 국회가 공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특검법이 재의결된 뒤에야 가까스로 국회가 정상화됐다. 자연 민생 경제는 뒷전이었다. 내년 예산안 심의를 위한 예결위는 노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는 '폭로의 장'이 됐고 결국 정쟁으로 허송세월한 끝에 예산안을 회기 내에 처리하는데 실패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이행지원 특별법,증권관련 집단 소송법 등 상당수 민생 경제 법안의 처리도 임시국회로 넘겨졌다. 게다가 여야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돼있는 상황에서 국회 회기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임시국회를 소집,이들을 보호하기위한 '방탄국회'소집이라는 비난까지 자초했다. 새 임시국회도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또다른 정치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창.박해영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