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완승으로 끝난 특검법 재의 결과를 놓고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노 대통령을 잘 아는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개헌선을 훨씬 넘긴 표결 결과가나왔음에도 결코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분간 정국을 관망하겠지만 적절한 시점이 되면 지난번 재신임 국민투표와 같은 `반전의 카드'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오히려 우세하다. 정치입문 이후, 특히 지난번 대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보여준 예상키 힘든 잇단 승부수를 감안하면 이런 관측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한 관계자는 5일 "대통령 측근비리의혹 특검법 재의결로 야당측에 뺏긴 정국주도권을 회수하기 위한 반전 카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문제는 노 대통령이 현 정국을 일거에 반전시킬수 있을만한 `히든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고, 승부수로 풀수 있을만큼 현 정국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새해 예산안을 비롯, 이라크 파병 동의안,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지방분권 3대특별법, 각종 민생개혁법안 등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은 산적해 있고, 노대통령을 뒷받침할 열린우리당은 수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전날 야3당이 공조할 경우 개헌이나 대통령탄핵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재적 3분의 1도 안되는 `왜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지원을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빠진 노 대통령이 내보일 수 있는 카드는 과연 뭘까. 일단어떤 형태로든 야당과 대화와 타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내주 중후반께로 예상되는 4당대표와의 회동이 관심을 끄는 것도 바로 이런 논거에서다. 다시말해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4당대표와의 회동을 원활한 정국운영 구축의 계기로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당이 `수의 우위'를 내세워 무리한 정치공세에 나설 경우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전격 입당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청와대측은 보고 있다. 야3당이 똘똘 뭉쳐 청와대를 압박하는 마당에 차라리 열린우리당에 입당, 내년4.15 총선을 겨냥한 정면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공식적으로 검토된 바는 없지만 노 대통령이내년 1월 11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입당을 선언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는없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현 각료와 청와대 고위인사들이 열린우리당에 대거 동반 입당해 총선에 출마하는 이른바 `총선 총동원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선보일 카드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공론화와 정치개혁 토론회, 4당대표와 TV토론, 국민과의 직접 대화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현실성이높지 않다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