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4일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된 특검법의 재의를 국회에 요구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헌법상 3권 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무부의 법리검토 의견을 존중해 특검을 수용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특검법 수용여부를 논의한 뒤 이같은 방향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검찰 수사가 종료된 뒤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의혹이 남을 경우 특검을 도입할 수 있는 만큼 '시간조절'을 위해 재의요구를 하겠다는 이른바 '조건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방문한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게도 "현재의 특검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특검의 '보충성의 원리'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강 장관 역시 측근 비리 수사를 위해선 시일이 더 필요하며 특히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행정권을 과도하게 제약,3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특검이든 뭐든 철저히 진상을 파헤치는 것은 원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정치권력이 거론하는 것은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권력이 자기 편의에 따라 악용하는 선례를 남긴다는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사실상 특검법 거부 방침을 굳힌 반면 한나라당은 특검 거부시 재의하지 않고 전면투쟁을 선언한 상태여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닫는 등 정국이 급랭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