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2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법안을 거부하면 국회에서 재의(再議) 않고 대통령과의 전면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회의 특검법 재의결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최 대표는 간담회에 이어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노 대통령에대한 전방위 압박 차원으로 봐도 되나'는 질문에 "그렇게 보면 된다"고 답해 특검법수용여부를 놓고 결단을 앞둔 노 대통령에게 특검 수용을 강한 톤으로 압박하는데주목적이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그러면서 "재의거부 및 전면투쟁이 하루아침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 지난주국회 예결위에서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의 `특검법 위헌 건의방침' 등의 발언을듣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황을 감안할 때 노 대통령이 특검법에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반영한 셈이다. 그렇지만 특검법 재의결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변수들이 최근 당안팎에서 잇따라 쏟아져 나왔고,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재의 요청시 즉각 재의결'이 사실상 한나라당 당론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의거부는 대통령 압박용'이라는 최 대표의 설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난 10일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인 182표보다 불과 2표 많은 184표로특검법을 통과시킨 바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특검법 재의결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이상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표결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진다는 점에 적지않은 부담을 느껴왔다. 특검법 통과때 찬성표를 많이 던진 민주당내 일부 대표경선 주자들이 특검법에부정적인 반응을 표출했고,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행정수도건설특위 구성이부결된 데 대해 자민련과 당내 충청권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도 지도부의 부담을 가중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법 재의결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붙일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없다는 우려가 비대위 등을 통해 당내에 확산됐고, 당지도부는 이를 수렴할 수밖에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최 대표가 특검법 거부시 재의를 거부하고 노 대통령을 상대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재의를 요청할 경우 노대통령과 한나라당간 대립 심화로 정국긴장은 한층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 최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전면투쟁 방안에 대해 "내 마음속에는 이미 결정돼있지만 지금 밝히긴 어렵고 내일(24일)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수렴을 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당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 의원직 총사퇴, 등원거부, 예산 및주요법안 심의 거부, 장외투쟁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대통령 탄핵이나 의원직 총사퇴를 들고 나올 경우 사태는 사실상 헌정중단으로 치달으면서 정기국회 파행 등 정국은 극한 대치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헌법상 대통령 탄핵요건이 특검법 재의결보다 더 엄격한 수준으로 규정돼 있고,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원내 제 1당으로서 의원직 총사퇴나 등원거부, 예산.법안 심의 거부 등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경우 국민적 비난여론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시 한나라당의 선택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병훈기자 b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