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의혹을 다룰 국회의 특검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재차 밝혔다.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거나 "(거부권을) 고려 중"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란 점을 내세운 법리논쟁으로 야권을 강력히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헌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며 거부권 행사는 정당한 권한이라고 강조해 앞으로 1주일 남은 기간동안 최종결정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국회에 입법권이 주어져 있다면 대통령에게는 행정권이 주어져 있고,견제와 균형을 위해 국회는 국정에 대한 감시권을 갖고 있고 대통령은 입법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은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놓은 헌법상 제도"라고 말했다. 3권분립 정신을 내세우면서 법적 정당성 문제를 따져보고 법리논쟁도 한번 벌여보자는 입장이다. 이처럼 노 대통령이 특검거부를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선을 그은데 대해 정치권은 "또 한차례 '정치게임'을 주도하려는 의도"라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의 다수가 특검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법적인 문제점을 집중 거론,'절대다수 야당의 횡포'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이날 "종잡을 수 없는 궤변으로 특검법을 폄하하고 수용을 미뤘다"며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면 국민과 야당은 노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수개월 수사로 뭐하나 밝혀낸 게 없는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것은 억지"라며 "노 대통령이 특검법을 무산시키려는 것은 측근비리가 밝혀지면 결국 자신의 연루사실까지 드러나게 돼 사법적 정치적 책임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측근비리 특검에 대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했고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며 "대통령 자신이 직·간접으로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정치 도의적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대북송금 특검은 수용하면서 측근비리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순형 비대위원장도 "시간조절용 재의 요구야말로 헌법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서영교 공보부실장은 "절차와 내용상 위헌성이 있는 특검법안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허원순·이재창·홍영식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