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호방하고 선이 굵은 사람입니다." 김용순 조선노동당 비서를 만나 곁에서 지켜보았던 사람들은 27일 갑작스런 그의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2000년 8월 열린 2차 장관급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김 비서와 16시간 가량 열차 안에서 둘만의 대화를 나눴던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은 "대인관계나 인간성 면에서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비서의 성품은 온화하나 공적인 일로 돌아가면 목적 달성을 위해 굉장히 다부지게 몰아 붙치곤 했다"며 "그리 쉽지 않은 대화 상대였다"고 말했다. 박 전장관은 "김 비서는 국제문제에도 밝아 세상 돌아가는데 매우 해박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그의 빈자리가 많이 아쉬울 것"이라며 "2000년 이후 남북간 대화의 틀이 좀 더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작업을 마무리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김 비서는 애증이 교차하는 인물"이라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상회담을 준비하기도 했고 2000년 나의 초청으로 서울에 왔을 때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임 전 원장은 "좀 더 있어줘야 하는데..."라며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내고 남북관계를 화해의 시대로 이끈 북측 주역이 무대뒤로 사라진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임 전 원장의 평양 방문 때마다 동행, 김 비서를 가까이 지켜봤던 김천식 회담사무국 회담운영부장은 "성격이 호쾌하고 술도 잘 마실 뿐 아니라 놀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비서는 주량도 대단해 제주도 방문때 특산주인 허벅주를 엄청나게 들이켰으나 업무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철저함을 보여줬다는 것.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