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선자금 및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전방위 특검을 통한 검증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검찰에서 진행중인 `SK 비자금 수사'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특히 검찰은 SK 비자금 수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특검추진 방침에 내부적으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양측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양측은 당에 대한 계좌추적을 둘러싸고 최 대표가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계좌추적 중단을 요구하는 `압력성' 전화까지 걸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미 한 차례 마찰을 빚은 전력이 있다. 이와 관련, 송 검찰총장은 한나라당의 특검 추진과 관련, "(검찰에서) 공정하게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데 특검 얘기를 듣고 마음이 편하다면 사람이 아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의 검찰 소환 문제부터 벌써부터 `특검 정국'의 여파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SK 비자금 수사에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검찰의 행보가 주목된다. 당초 26일 오후 2시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었던 이 전 국장이 소환 일자를 27일 오전 10시로 1차 연기했다가 이날 오후 2시로 다시 출석 시각을 재조정한 것도 한나라당이 특검을 당론으로 결정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 전 국장이 검찰에 출석하더라도 특검에서 조사를 받겠다는 이유로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그간 거침없이 내달려왔던 SK 비자금 수사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앞만 보고 수사하겠다" "원칙대로 꾸준히 수사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특검에서 모든 것을 검증받겠다며 검찰 조사를 전면 거부하고 나설 경우 마땅히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민주당이나 자민련과 공조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특검법 통과를 강행할 경우 검찰로서는 한창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칼'을 특검으로 넘겨줘야 하는 치욕스런 상황에 몰릴 수 밖에 없다. 그간 검찰이 여당의 대표,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에까지 가차없이 칼을 들이대며 성역없는 수사를 벌이면서 얻어낸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성과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검찰이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한 이원호씨 로비의혹을 특검수사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도 검찰에게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 검찰총장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진정한 민의에 따라 결정하는 것에는 (검찰은) 승복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 역시 현대와 SK 비자금 수사를 진행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만큼 정치권이 여론의 향방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특검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대북송금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이 빌미가 돼 특검이 성사됐지만 검찰이 성과를 올렸던 SK 비자금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특검 추진은 `국면호도용' 내지 `물타기용'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송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을 국민이 전체적으로 공정한 입장에서 평가해주실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선자금을 놓고 검증 방식으로 특검을 택할 것이냐, 검찰수사를 택할 것이냐 여부는 결국 여론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검찰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