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SK 비자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각 기업의구조조정본부장이 비자금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일을 맡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한 대기업 구조본부장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초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의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SK비자금100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 SK 구조조정추진본부장 김창근씨는 한달 후인12월초엔 여의도에서 당시 이상수(李相洙) 민주당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만나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현대 대북송금 특검 수사 과정에선 지난 2000년 4월 당시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본부장이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정치권으로 가는비자금 150억원을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가 포착됐다. 대기업과 정치권간 비자금의 핵심고리에서 구조본부장들이 등장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재벌개혁 과정에서 그룹회장 비서실이 축소 또는 폐지되면서 구조본부장이 사실상 회장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구조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5일 "재벌개혁을 하면서 비서실은 없어지거나 규모가 축소됐지만, 각 그룹의 구조조정본부가 비서실 기능을 하고 구조본부장이 비서실장격으로 활동하는 구조여서 재벌 오너의 내밀한 지시를 수행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른 대기업의 정치 비자금 사건이 불거질 경우에도 구조조정본부장이 1차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