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국빈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신임 국민투표'와 '최도술-최돈웅-이상수 대선자금'이라는 2대 정국 현안에 대해 4당 대표들과 일괄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24일 귀국 직후인 25,26일 4당 대표들과 차례대로 단독회동을 잡아놓고 있어 이 문제가 내주 초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핵문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으며,국내에서 '정책리더십 취약'도 실토했다. 리더십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국은 갈등구조가 복잡하고 아주 강하다"면서도 "정책방향의 리더십을 위해 귀국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해 앞으로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재신임·대선자금 현안 일괄타결 될까=노 대통령은 이번주말 4당 대표와 연쇄 회동에서 "재신임 국민투표의 시기와 대선자금 문제를 중점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재신임 투표는 당초 제안한대로 12월15일쯤 실시하되 4당이 시기조정을 원하면 융통성있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대선자금 문제 역시 대화 의제로 올려 어떤 식으로든 매듭짓겠다는 구상이다. 경제계는 이런 움직임에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재신임 선언과 SK비자금 사건으로 불붙은 대선자금 문제가 검찰의 수사확대로 다른 기업에까지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고 있기때문이다. 청와대도 이같은 기류를 감지하고 있다. 이같은 여론을 감안,일각에서는 노 대통령과 4당 대표가 합의한다면 굳이 재신임 투표를 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인적쇄신을 포함,대대적인 국정쇄신책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맥락에서 귀국 후 취약한 정치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정책방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이라크 파병과 대미관계 새 현안=정치적 2대 현안과 함께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대미관계-북핵문제라는 3각고리를 요령있게 풀어나가야 한다. 이 문제는 국내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어지는데다 한국의 의지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어서 노 대통령의 입장을 계속해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사안들이다. 이들 문제와 관련,노 대통령은 "북핵문제는 국내외 모든 문제를 합한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며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의 가장 큰 성과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낙관적 희망적 전망을 할 수 있는 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라크 파병 결정이 북핵과 무관할 수가 없고,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싱가포르=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