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2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당 대표들과의 연쇄회동을 통해 재신임 국민투표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각 당의 입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또다시 말을 바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비난했고, 민주당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언제 실시하든 위헌"이라며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의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에 변함이없음을 확인했고 지지한다"며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각 당의 이같은 반응은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한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시기조정론을 둘러싼 복잡한 셈법을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 = 노 대통령의 시기 조정론을 `말 바꾸기'라고 비난하는 한편, 당내일각에선 위헌논란만 해소되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진(朴 振) 대변인은 "도대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노 대통령의 말은 어떤 척도로 재단해야 옳은 것이냐"며 "노 대통령은 국정을 볼모로 더 이상 국민을 혼란케 하지 말고 책임지는 자세로 정도를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2월 15일로 투표일을 못박은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 이후엔 야당 반대로 어렵다는 핑계를 대더니 급기야 시기조정 문제까지 들고 나오는 등 노 대통령이말바꾸기를 계속하고 있어 국민은 혼란하고 불안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문제의 핵심은 위헌시비로 그것을 그대로 두고 가면 국민투표를 하더라도 나중에 위헌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위헌시비 문제만해소되면 내일 당장이라도 좋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민주당 =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APEC 정상회담 출발전 국민투표 철회를시사했던 대통령이 또 말을 바꿨다"며 "만약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를 감추기 위해이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재신임 국민투표의 시기에 따라 위헌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잔꾀 부리는 정치는 그만둬야 한다"면서 "시기조정은필요없고 재신임 국민투표 주장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신당을 지원하려고 여러방법을 취한다면 더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 이평수(李枰秀) 공보실장은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우리당은 이를 지지한다"면서 야당 일각에서 노 대통령의발언을 총선을 겨냥한 `꼼수정치'라고 한데 대해선 "이제 정치를 낮은 단계서 바라보지 말고 제발 국민의 눈에 맞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반대하고 있는 야당과 대화를 통해해결하겠다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며 다만 시기만 조정하자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맹찬형 전승현기자 choinal@yna.co.kr mangels@yna.co.kr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