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다자틀내 대북 안전보장' 방안에 대한 관련 국가 정부관계자들의 말과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6자회담 참여 5개국과 북한이 공동서명하는 문서'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다자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한.미 양국은 이것이 '6자회담 참여 5개국' 즉,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방문 후 호주행 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지금 말한 것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대가로 모종의 서류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침조약에 매달리는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구속력을 높일 수 있는 `서명이 들어있는 문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이 모델로 예시한 2000년 10월 북.미 공동 코뮈니케는 문서 형태로 돼 있어도 양국의 서명은 없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서명'의 주체는 아직 분명치 않다. 지난 94년 10월 제네바합의의 경우 로버트 갈루치 미 본부대사와 북한 강석주 외교부 제 1부부장 사이에 서명됐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참여국 협상대표가 다자보장 문서에 서명할 수 있지만, 역시 대북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정상들이 서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대 난제는 보장 형태가 '다자 대(對) 북한 서명'이냐, 아니면 '미국 대 북한서명에 다자 연대서명'이냐 하는 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협상 끝에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 북.미 양국이 서명주체로 참여하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이 연대서명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재로선 한.미.중.일.러 5개국과 북한이 서명하는 방식이 더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북한이 북.미 공동 코뮈니케 같은 북.미간 합의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은 현재 양자차원에서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서명 주체와 직간접 관련된 문제로 다자보장 문안의 작성.협의 주도국이 누가 될 것이냐도 관심사다. 미국 관리들은 다자보장의 문안 작성에 대해 중국이 주도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북미간 협정이라는 인상을 피하는 동시에 북한과 직접 6자회담 추진 단계에서부터 미국이 북한 설득을 위해 중국을 앞세워온 것과 같은맥락이다. 최근 방콕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같은 다자틀내 대북안전 보장은 북핵 해법의 마지막 단계에 북한의 핵폐기 완료와 함께 발효되고, 그에 앞서 북핵 폐기와 검증에 몇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 첫 단추는 북한의 핵 포기 의사와 미국의 안전보장 의사를 구두로 맞교환하는 단계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