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돈키호테식 행동으로 우려를 촉발하기 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자질 부족을인정하고 대통령직을 하야해야 한다고 영국 리즈대학의 한국학 전문가 에이던 포스터-카터 박사가 13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넷판 기고문을 통해 주장했다. 포스터-카터는 이날 '떠나려면 지금 떠나야'(If Roh is going, now is the time)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취임이래 8개월 간 방향타 없이 내정과 외교 모두에서 좌충우돌해왔던 노 대통령이 12월 중순 국민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행동으로 촉발된 우려는 지금의 한국이 가장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라면서 노 대통령 자신도 합헌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국민투표는 안정을회복하기 보다는 정치투쟁을 심화시키고 건전한 정책의 수행에 혼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터-카터는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열세에도2번이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던 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노풍'(Roh wave)을 일으키려고 마지막 도박을 하려는 것 같지만 3번째 성공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초기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국민이 재신임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런 지지는 급속히 사라질 수도 있다면서 노 대통령은 즉흥적인 여론 테스트를 제의해 단기적인 혼란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자질과 능력 부족을 인정하고 당장 물러나 국민이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넷판은 이날 `노의 기묘한 정치'(Roh's odd politics)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의 국민투표를 통한 재신임 선언은 자신은 물론 한국에도 매우 위험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돌발적인 재신임 선언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노 대통령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정치적 혼란을피하려고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설은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의 국민투표는 노 대통령이 모색하고 있는 확고한권한의 위임을 주지도 못할 뿐더러 미래의 대통령들도 지지기반이 약화될 때마다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는 압력에 노출되는 위험한 전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설은 노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협의 없이 내린 이런 서툰 결정은 내년4월 실시되는 총선에서 예상되는 패배를 뒤집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면서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대안을 제시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설은 이어 노 대통령은 재벌구조 재조정과 노동시장 개혁을 포함한 균형있는경제정책을 개발해 왔으며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과 함께 북핵위기 해소 방안을협의해 왔다면서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모든 의무를 내던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일이 되겠지만 이미 시기가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