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막된 제12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 대표단은 첫 만남부터 '뼈 있는' 대화를 주고 받아 향후 회담 진행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 4시 남측 대표단이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한 뒤 가진 남북 대표단 환담에서 북측 대표단 김령성 단장이 김일성 어록을 인용하면서까지 '남측의도움을 기대하는' 민족공조를 강조한데 대해, 정세현 수석대표는 장자의 도룡기(屠龍技) 고사를 꺼내면서 '그럴려면 핵개발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김 단장은 "10월 14일은 58년 전 김일성 주석이 조국(북한)을 광복한 뒤 (김일성경기장에서) 첫 개선연설을 한 날"이라며 "당시 김 주석은 '힘있는 자는 힘을 보태고 돈 있는자는 돈을 내고 지식 있는 자 지식을 내어 부강한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자'고 역설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이는 통일에도 강령적 의미를 가지는 말로 통일 조국을 세우는데 뚜렷한 지침이 된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정 수석대표가) 통일 기관차를 더 빨리 몰아서 통일조국의 언덕에 더 빨리 와닿게 하자"고 말했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돈 있는' 남측이 북측과 힘을 합쳐 (미국으로부터) 자주독립국가를 만들자는 말로 받아들여지는 대목. 그러자 남측 정세현 수석대표는 "중국 장자의 고사중에 도룡기라는 것이 있다"고 말을 받은 뒤 "이는 옛날 어떤 사람이 용을 잡겠다고 전 재산을 털어 용잡는 기술을 배우고 와보니 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용은 상상 속의 동물이어서 (현실에서는) 용잡는 기술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고사 내용을 소개했다. 정 수석대표의 이런 언급은 '북한이 미국에 맞서겠다고 핵개발을 하고 있지만이는 허황된 일'이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그는 이어 "실체를 정확히 보고 방향을 정해야 재화와 능력을 잘 쓸 수 있다"며경제개선 보다는 핵개발에 신경을 더 쓰고 있는 북한 당국을 꼬집고 "남북간 협력도착오나 착각 없이 잘 협력해 나가면 낭비가 없고 회담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수석대표의 반격이 예상외로 거세자 북측 김령성 단장은 "현실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들린다"며 일부 수긍한 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더라도 북남 쌍방이협력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발 빼면서 두 대표의 공방은 마무리됐다. (평양=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