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묻는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투표를 담은 현행 헌법과 이에 따른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의 관련규정이 애매해 정치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의 사임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의사 확인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할 수 있게 한다든지또는 어떤 중요한 정책과 연계해 신임을 묻게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대통령의 사임 여부를 묻거나▲정책과 연계해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방식 등 두가지 방안의 국민투표로 재신임을묻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을 묻는 방법은 국민투표에 의한 방법이 가장 분명하겠지만지금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 없다 논쟁이 있을 만큼 제도가 불명확하다"며 "논의 여하에 따라선 국민투표법을 손질할 수 있을 것이고 제도가 없으면 제도를 열어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현행 헌법은 제 72조에서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130조 2항에서는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절차법인 국민투표법도 제 1장 총칙에서 "헌법 제72조의 규정에 의한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 130조의 규정에 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안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을 뿐 어디에도 노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투표를 뒷받침할 만한 조항은 없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문제를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학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학자들의 견해는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여부를 묻는 것을 국가 중요정책으로 볼 수 없다'는 쪽이 많은 편이다. 노 대통령이 구상중인 국민투표를 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학계에선 다만 프랑스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처럼 헌법에 걸맞은 특정 정책을재신임과 연계해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는 이들이 있다. 청와대는 이런 위헌논란을 의식한 듯 노 대통령 재신임 문제를 정치개혁 등 특정정책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합신당도 노 대통령의재신임 문제를 정치권 전반의 개혁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지난 10일 측근인 최도술(崔道述)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재신임문제를 들고나온 만큼 정권의 도덕성문제만 놓고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은 12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정책과 연계시키지 않는 신임문제에 대해 위헌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다"고 말했고, 통합신당김원기(金元基) 창당주비위원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도 지난날의 부패구조와부조리에 대해 자기고백을 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권의 도덕성문제인 만큼 다른 정책과 연계시키는 국민투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고, 민주당박상천(朴相千) 대표는 "대통령이 재신임 방법과 시기를 먼저 제시하지 않으면 국회쪽에서 주도권을 쥘 것"이라며 4당 대표회담을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문병훈기자 b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