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평안북도 영변의 5㎿ 원자로 정상가동에이어 그동안 건설을 중단해온 나머지 두 곳의 흑연감속형 원자력발전소의 건설공사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일 담화에서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를 가동하고 흑연감속로의 건설준비를 추진하는 등 평화적인 핵 활동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3일에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지금 우리나라(북)에서 평화적 핵시설들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면서 "영변의 재처리 시설은 앞으로 필요한 시기에 가서 재가동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 놓고 있다"고 주장해 그런 움직임을 뒷받침했다. 영변의 50MW 원자로와 평북 태천의 200MW 원자로는 모두 흑연감속형 원자로이며,이는 북한과 미국이 94년 체결한 제네바 기본합의문에 따른 비공개 양해각서에 잘나타나 있다. 이 양해각서 3항은 북한의 흑연감속로와 관련 설비의 동결 대상을 명시해 놓고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북한은 ▲5MW급 시험용 원자로의 연료 재장전 및 가동금지 ▲50MW 및 200MW급 원자로의 건설 중지 ▲(사용후 연료의) 재처리 금지 ▲방사화학실험실의 봉인 및 가동 중지 ▲(핵)연료의 가공공장의 가동을 중지토록 했고, 4항에서는 "더 이상의 흑연감속형 원자로와 관련 설비를 일체 건설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있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5MW 원자로를 정상가동하고 있고 여기에서 나오는 플루토늄도 곧 재처리할 것이라는 점과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도 '필요한 시기'에 재가동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고 발표해 북.미간 합의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때문에 이제는 나머지 시설인 50MW와 200MW급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공사 재개를언제부터 착수할 것이지 여부만 남겨놓고 있다. 50MW와 200MW 원자력발전소는 각각85년과 89년에 착공됐다가 94년에 모두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 7월 8일 북.미 뉴욕 실무접촉에서 폐연료봉 8천여 개의재처리완료와 50MW, 200MW급 원자로의 공사 재개를 미측에 통보했다고 알려졌고, 국내 일부 언론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9월부터 50MW 원자로 공사 재개를 위한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해 외무성 대변인의 2일 담화가 '빈 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조치에 대해 일단 강경 대응하지 않고 대신 6자회담을 통한외교적 해결을 계속 모색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나, 핵무기 생산을 위한 북측의 추가 행동이 계속된다면 미국의 태도가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렇게 되면 차기 6자회담 개최 여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면서 "북한은 합의문의 조항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고 모든 핵 관련 시설을 가동해 핵무기 생산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