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현 국정원) 자금 불법전용 의혹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25일 문제된 자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김영삼 (金泳三.YS) 전 대통령의 대선잔여금'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 전 대통령측은 "이런 저런 얘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묵살하고 나섰으나 한나라당은 "계좌추적만 되면 어렵지 않게 자금의 성격이 밝혀질 것"이라며 계좌추적을 전면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특히 계좌추적을 통해 홍 의원의 주장대로 문제의 자금이 YS의 대선잔여금으로 드러날 경우 돈의 출처와 성격에 따라서는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 법사위의 서울고법 국정감사에서 `안풍(安風)사건'에 대해"사건의 본질은 지난 92년 김영삼 후보의 대선잔금이 안기부 계좌로 들어가 세탁된것"이라면서 "YS 차남 현철씨의 사조직 나사본(나라사랑운동본부) 대선잔금 130억원중 70억원이 안기부 계좌로 들어갔다는 것은 재판부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오전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문제된 돈이)불법자금인지 뭔지 성격을 잘 알 수 없으나 안기부 돈은 아닌 것은 명백하다"면서 "계좌추적만 되면 자금의 성격이 밝혀질 것이므로 안기부(국정원), 대통령을설득해서라도 반드시 계좌추적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오세훈(吳世勳) 의원 등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야당탄압이라고 반발하기에 앞서 불법정치자금이라면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안풍사건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강삼재(姜三載) 의원은 이날 당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에 냈으며 당 일각에서는 강 의원의 정계은퇴 선언배경을 놓고 "YS에게 `안풍'에 대한 증언을 압박하기 위한 결단", "YS를 보호하려는 조치"라는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YS 대선자금일 경우 집권 5년간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만큼 돈의 출처와 성격 여부에 따라서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돼 경우에 따라서 엄청난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안풍사건'은 김대중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밝힌 데 대한 표적사정으로 정치적인 재판"이라며 "정치적 재판에 정치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안풍' 자금이 YS 대선잔금이라는 주장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아 양측간 갈등조짐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뿐만아니라 이미 현대 비자금의 민주당 총선자금 지원 의혹이 제기돼 있는 데다가 아직은 통합신당측을 향한 정치공세의 성격이 짙지만 이날 민주당에서도 당의 재정상태와 대선자금 내역에 대해 감사를 밝히겠다고 밝혀 정치권 전반이 대선.총선자금에 대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