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정치 불관여' 입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분당 사태와 관련, "일체 내색을 하고 있지 않다. 정치권의 일에 관여하지 않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김한정 비서관이 22일 전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정치인도 거의 없지만, 설사 만났다 하더라도 누구 하나 정치적 스탠스와 관련한 얘기를 들은 사람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니 신당이니 하는 정치권의 지지고 볶고 하는 일들이 도대체 나라의 앞날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김 전 대통령은 경제와 북핵, 나라의 갈등 같은 큰 차원의 일들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정치불관여' 입장속에 정치 원로로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 비서관은 "정치 문제에 관해 말을 안한다는 것이지 (어떤 사안에 대해) `노(NO)'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말을 안하는 것과 `노'의 차이는 크다"며 알듯 모를듯한 말을 던졌다. 그는 또 "지난 6개월간 감옥살이 아닌 감옥살이를 하고있다"며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현 정부에 대한 불쾌감을 불쑥 표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요즘 중국 현대사와 한국사 등 주로 역사서적을 부쩍 많이 읽고 있다고 한다. 그가 지난 역사를 통해 오늘의 복잡한 정치현실을 어떻게 읽어 나갈지는 명확히알 수도 없고, 앞으로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분당 이후 민주당은 동교동계 모임 부활 등을 통해 `DJ의 뜻은 민주당에 있다'고 암묵적으로 외치면서 호남 표심 끌어안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고, 신당은 최소한 DJ를 정치적 중립지대에 남겨놓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와중에서 DJ는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그의 `정치 불관여'가 역으로 `여백을 남긴 고도의 정치행위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