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7개월이 채 안돼 2명의 장관이 명쾌하지 못한 상황에서 물러났다. "장관을 쉽게 바꾸지 않겠다.민심전환용 개각이나 장관 교체는 없다"고 거듭 밝혀온 노무현 대통령의 '내각인사론'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특히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이 자리바꿈하게 된 과정은 청와대가 내세워온 '인사시스템'이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또 '국정 인재풀'이 너무 협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관 '인사시스템' 어디로 갔나=당선자 때부터 노 대통령은 추천-심사-검증-임명 등의 과정을 거치는 '5단계 인사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표를 던졌을 때는 이같은 과정을 염두에 두면서 인사위원회를 열고 고건 총리까지 참석해 압축된 후보들을 상대로 개별 인터뷰를 거쳤다. 그러나 이번 행자부 장관 임명 때는 허 장관 내정설이 해양부에서 먼저 흘러나오고,김 장관은 사표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또 신임 장관 내정자와 제출한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현직장관'이 공존하는 이상한 상황이 빚어졌다. 추천은 누가 언제 했는지,검증은 어느 단계에서 했는지,총리의 장관임명 제청권은 정상적으로 행사됐는지 명확하지 않다. 노 대통령은 17일 김 장관과 조찬을 하면서 사표를 받았으나 바로 수리하지 않았고,이런 상황에서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이날 허 장관을 내정자로 발표했다. ◆인재풀 충분한가=허 장관이 해양부를 맡은 지 6개월 만에 전혀 영역이 다른 행자부 장관으로 가면서 인재풀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허 장관에 대한 '보직 변경 인사'는 청와대가 그동안 역설해온 "조기 장관 교체는 없다"던 원칙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첫 조각 때 강조된 '전문성을 토대로 적재적소 배치'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 인사보좌관은 "나라를 끌고 가려면 대통령과 장관의 코드가 맞아야 하며,코드가 안맞는 관료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어 '코드 중심의 인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높다. ◆허 장관 "답답하다"=신임 행자부 장관으로 임명된 허 장관이 새 자리에 대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벌써부터 '적임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해양부 업무에 만족하고 있는 허 장관을 행자부 장관으로 끌어온 데 대해 '참여정부의 인재풀이 바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허 장관은 이날 행자부 장관 내정 통보를 받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행자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을 기량이 있는지 확신이 없어 갑갑하다"며 "내정 통보를 받고 (청와대측에) 피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선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나도 그걸 잘 모르기 때문에 답답하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또 행자부 업무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가서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해 기자회견장은 김빠진 분위기가 됐다. 이같은 허 장관의 반응이 전해지자 행자부 직원들은 "지방자치 경험이나 행정경험이 일천한 장관이 온다고 해서 불안한 데다,행자부 업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들리니 걱정스럽다"면서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허원순.김현석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