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반대한다'는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초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처리때처럼 공론화 초기 단계부터 우리 사회가 보혁으로 갈라져 극한 대립이 우려되고 있고, 정부와 정치권 모두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파병 반대' 발언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는 17일 "이라크 파병문제는 국제동향과 국민여론 등을 고려해 신중검토한다는 것이 청와대 기본 입장"이라며 "유 수석은 이런 관점에서 파병과 관련한 다양한 견해를 지적하면서 부정적 의견도 있음을 언급한 것"이라고 파문확산 차단에 나섰다.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유 수석의 입장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청와대 기본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 수석도 자신의 발언이 몰고올 파장을 의식한 듯 "굳이 파병해야 하느냐는 생각이지만 신중 검토할 사안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수석이 앞으로 여론수렴 과정에서 정치권을 설득하고 협력을 구해야 할 입장이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친밀도 등을 감안할 때 이날 발언이 어떤 의도를 갖고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대두되고 있다. 이를 테면 국내 일부 보수신문이 이라크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내년 총선 등을 감안해 참여정부의 기존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유 수석은 전날 사견임을 전제로 "파병을 거부할 경우 오히려 노 대통령에 대한 국내 지지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내가 판단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파병반대입장을) 밝힐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강력한 톤으로 "일부 언론에서 마치 파병을 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그런 보도가 안나가면 좋겠다"면서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각별히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유 수석 발언이 노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교감하에 나온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노심(盧心)'을 읽고 나름대로 판단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유 수석은 "미국의 희망이야 전투병 파병이지만 우리는 엄연한 주권국가인 만큼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결국 파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발언은 당장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교안보팀은 대체로 "적절치 못한 시기에, 적절치 못한 발언이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언행'을 당부했는데 보혁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인 발언을 하느냐는 불만인 셈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지금 정치권도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는 마당에 개인의견을 그렇게 불쑥 얘기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쾌감을 내비치면서 "정무수석이 사견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청와대 분위기가 파병에 부정적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고위관계자도 "파병 문제는 도의적인 면과 국익, 경제문제, 우리의 장기적 전망, 정치권 움직임, 유엔 동향, 국익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우리에게 손해가 나더라도 옳은 행동을 해야 할 때는 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자칫하면 국론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모두 입조심을 해야 한다"며 "내일 NSC 상임위를 열어 1차 검토를 하고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어떻든 유 수석의 이번 발언은 본인의 의도에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한 여론조성 및 조기 공론화에 불을 댕긴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