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파의 집단탈당 결행을 앞두고 민주당 잔류파를 구성하고 있는 정통모임, 통합모임, 동교동계 등 제 계파간 내부갈등이 점차깊어지고 있다. 정통모임 등 구주류의 2선 후퇴론으로 불씨를 댕긴 잔류파 내부의 갈등이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사퇴할 경우 후임 대표직을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승계하는문제를 놓고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당헌에 따르면 지난해 4.27전당대회 차점 당선자인 박 위원이 당연히 대표직을승계하게 돼있지만, 통합모임 등 중도파 내부에서 구주류와 호남 색채가 강한 박 위원이 대표직을 맡는 데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이날 "(대표직을) 물려받고 안 물려받고가 없고 당헌에 따라 자동 승계된다"며 "그렇게 안 하는 것(대표직을 승계 안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무책임한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의 혼란상태를 수습하고 당이 개혁과 이노베이션을 이룰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일을 누군가가 해야 한다"며 당 체제 정비과정에서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통합모임측은 박 위원이 선관위에 등록되는 당의 대표자로서 명목상의대표직을 승계하더라도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전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박 위원의 생각과 충돌한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한발짝 더 나아가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한뒤 2-3개월내에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 훈(薛 勳) 의원은 "분당은 재앙"이라며 "박상천 최고위원은 신주류쪽에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 당 대표를 맡게 되면 민주당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의 한 측근은 "정 대표 중심으로 단결하자면서 괜한 대표직승계 문제를 꺼내서 특정인은 안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정통모임이 당을 어렵게 지켜낼 때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이제와서 그런 얘기를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갈등이 점차 커질 조짐을 보이자 정통모임과 통합모임 양측에서 "분당 위기를맞고 있는 상황에서 공멸을 막기 위해 자제해야 하며, 정 대표 중심으로 당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합모임은 이날 낮 오찬 모임을 갖고 "정통성이 있는 정 대표 중심체제로 당을지켜내는 게 시급하며, 정 대표가 탈당을 한다면 비상대책기구를 꾸려야 한다"는 데의견을 모았다고 정범구(鄭範九) 의원이 전했다. 정 의원은 또 당직개편 논란에 대해 "당이 분열로 가는 시기에 당직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불순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당이 분당될 상황에서 당직을 맡을 생각이전혀 없다"고 말했다. 통합모임 대표인 조순형(趙舜衡) 고문은 정통모임 2선후퇴론 및 조순형-추미애공동대표론에 대해 "괜히 의견대립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제를 요구했고, 조재환(趙在煥) 의원은 "이제는 통합모임과 정통모임의 구별도 없애고 신당파와 민주당파로만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잔류파 내부 갈등은 분당 이후 잔류 민주당 내부에서 불어닥칠 세대교체의 물결을 피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동교동 비서출신 직계 중진들과 박상천 최고위원,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 범동교동계의 생존경쟁의 예고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잔류 민주당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대교체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상징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지금의 갈등은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서 서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