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라는 약속과 함께 등장한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동북아 경제중심'과 '국민소득 2만달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꾀해 왔다. 6개월이란 기간은 경제정책의 공과를 논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지만 적어도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와 비전이 스스로 내세운 `국민소득 2만달러' 기치에 부합하느냐와 그동안 빚어진 수많은 경제적 갈등에 대처하기에 적절한 것이었느냐에 대한 평가는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참여정부 6개월, 경제적 시련의 연속 = '텅 빈 국고'로 대변되는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라는 치욕적 유산을 문민정부에서 물려받은 국민의 정부보다는 나았지만 참여정부도 엄청난 경제적 시련을 떠안고 출발점에 서야 했다. 그리고 그 시련의 터널은 쉽게 끝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은 채 되레 더 많은 짐을 안겨 주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지난해 말 6%대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극심한 내수 침체에 이라크전과 고유가, 북핵 위기 등의 대외적 불안요인까지 겹치는 바람에 마침내 경기 침체의 공식 징표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2.4분기의 성장률은 2%에도 못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은 7%대 중반까지 치솟아 전체 실업률의 2배를 넘어서며 사회 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엿보이고 있다. 게다가 대선 및 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리며 조흥은행 매각 방침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SK그룹의 대규모 회계 분식 사건이 느닷없이 터져 나오면서 경제의 정상적 운용을 방해했고 신용카드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참여정부의 정책 선택 폭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선거 당시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 내세웠던 '연간 7% 성장' 목표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고 '동북아 경제중심'은 위기 관리에 허덕이다 제대로 된 청사진조차 내놓지 못해 공감대 조성에 실패한 느낌을 주고 있다. ◆'색깔' 드러내기 부족한 6개월 경제 성적표 = 참여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떠안은 핸디캡을 감안해도 현재까지 나타난 경제정책은 스스로 내세운 목표와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대다수 경제 전문가의 중론이다. 예컨대 단순히 경제를 넘어 정치 분야에서도 한반도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은 당위성과 필요성에도 불구, 아직까지 '국민 프로젝트'화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돼있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있는 지 의문이다. 출범 전부터 경제의 '질'을 높이자며 시장 개혁을 강조했으나 증권집단소송법은 당초 정부안에서 크게 퇴보했고 재벌 개혁과 노사관계 개혁은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등 개혁 과제들의 달성에 확신을 가지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SK그룹 사태와 카드채 위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관치형 시장관리'와 '엄격한 구조조정'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지적처럼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혹평까지 감수해야 했으나 그렇다고 침체된 경기를 되살릴 만한 뚜렷한 정책 성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지난 8일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이 잘못한 일'을 묻는 질문에 정치, 사회 등 다른 분야를 제치고 '경기 침체와 경제 불안(40.1%)'을 꼽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초라한 경제성적표를 여실하게 드러내는 뼈아픈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소득 2만달러 '원칙'과 '의지'가 문제 = 그렇다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바로 노사 관계 개혁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으로 참여정부 스스로 제시한 정책 노선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노동계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과 같은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을 놓치 않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자기 몫 키우기'에만 급급해 파업을 일삼는다면 '국가경쟁력 자살 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에만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를 요구하고 스스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요구하는 증권집단소송이나 회계 개혁과 같은 제도 개선에 저항하며 '반기업정서 극복'만 되뇌이는 재계의 `이중적 잣대' 역시 참여정부가 반드시 넘어야 할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정치와 행정이 모든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도 개혁 대상인 것은 물론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는 참여정부 5년 안에 달성할 수는 없는 과제다. 그러나 이같은 원칙을 확립하고 합목적적인 정책들로 그 의지를 보여 준다면 노 대통령의 말대로 "다음 대통령에게 잘 정비되고 예열된 시동이 걸려 가속 페달만 밟으면 되는 잘 달리는 자동차를 넘겨 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