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5일 제5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논란이나 쟁점이 될 수 있는 내용과 표현은 가능한 피하고 암시적 혹은 축약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 당초 경축사에 담길 것으로 예상됐던 정치개혁, 정부혁신, 경제개혁,노사개혁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통합된 힘으로 경제를 개혁하고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 "정부도 변해야 하고 기업과 근로자 모두 변화해야 한다"는 짧은 언급으로갈음했다. 국군의 작전통제권 회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국군은 능히 나라를 지킬 만한규모를 갖추고 있으나 아직 독자적인 작전수행 능력과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정도로만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경축사 머릿부분에서 광복에 대해 일제로부터 해방외에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 건설'의 의미를 부여하는 등 `국민'을 강조했다. 특히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외에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호칭도사용하면서 "미.일.중 3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우리 국민의 뜻이 동북아질서에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나라를 여기까지 발전시켜온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존경과 찬사를 올린다"는 등 `국민의 힘'을 거듭 상기시켰다. 노 대통령은 또 "당시 간교하고 무자비한 탄압에 온 세상이 숨을 죽였고, 믿었던 동지들마저 엄청난 무력과 경제력에 놀라 희망을 버리고 일제에 빌붙어 버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오로지 역사와 대의에 대한 믿음 하나로 목숨을 바쳐 싸워오신애국선열의 숭고한 헌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민 여러분은 단지 오늘을 기념만 하고 넘어가지는 않고, 어쩌다나라를 잃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게 됐는지, 어떻게 해야 후손들에게 불행한 역사를물려주지 않을 것인지, 노여움과 원망과 부끄러움이 뒤엉킨 심정으로 새로운 다짐을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해 광복의 `기쁨'보다는 망국의 `노여움' 부분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북핵 문제가 풀리면 남북간 평화와 협력의 물꼬가 트일 것이고, 이어 동북아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그러면 중국의 발전은 우리 경제가 한단계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동북아시대 구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국민이 하나가 돼야 한다"며"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뿌리내려야 하며, 국민 모두가 존중하고 가꿀 원칙과 대의명분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논란과 관련, "국민들간 승복하지 않는대립이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지난날 이념적 대결시대의 논리에 매몰돼 역사와 현실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고 극단적인 찬.반 양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