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오른 지 40분여가 흐른 17일 오전 6시10분. 제헌절 휴일로 어느 때보다 더 적막감이 감돌았던 중부전선 경기도 연천 비무장지대(DMZ) 일원에 수십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정적이 깨졌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DMZ내 아군 경계초소(GP)와 불과 1천100여m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던 북한군 경계초소에서 아군 GP를 향해 4발의 총격이 가해졌던 것. DMZ내 총격전은 지난 2001년 11월27일 이후 1년6개월여만이다. 총탄 3발은 초소 외곽에 옹벽이 둘러져 있고 옹벽 위로 철조망이 설치된 아군 GP 옹벽 하단부에 그대로 박혔다. 순간 아군 GP에서 경계근무중이던 병사들은 적지않은 인명피해를 냈던 작년 6월의 서해교전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아군은 교전규칙과 초소장인 임성현(26.학사37기) 중위의 응사 지시에 따라 즉각 기관총으로 북한군 GP를 향해 17발을 응사했다. 이어 임 중위는 "인민군들에게 경고한다. 오늘 너희들은 우리 GP로 총격도발했다. 즉각 사과하라.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너희들 책임이다"라는 내용의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초소 경계병들은 적의 추가도발에 대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놓고 바짝 긴장한 채 적진을 응시했으나 다행히 1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벌어졌던 '작은 전투'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우리군은 즉각 현장 경비태세를 강화해 위기조치반 운영에 돌입하는 한편 유엔사 군사정전위 현장조사단이 현장에 투입돼 당시 상황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당시 총격을 가한 북한군 GP에는 20~30명의 북한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아군 GP에도 30여명의 군인들이 경계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으로 인한 아군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북한군 피해 상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군이 발사한 탄환 분석과 당시 연발로 총성이 들렸던 점으로 미뤄 북한군이 이날 사용한 총기는 DMZ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14.5㎜ 기관총탄인 것으로 추정됐으며, 동급화기로 응사할 수 있도록 한 교전규칙상 아군도 M60 기관총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이홍기 합동작전과장은 총격사건 발생 직전 북한군의 특별한 도발징후는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북한군의 의도성 여부를 정밀조사중이며, 현장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