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모, 제가 한나라당 국회의원입니다" "그 당에선 6.15북남공동선언을 안 지키려고 하는 것 같더구나" 30일 금강산 온정각 휴게소에서 54년만에 작는 고모 맹은희(76)씨를 만난 맹형규 의원(57.한나라당)은 상봉의 기쁨 속에서도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자주색 한복을 입고 상봉장에 들어선 고모 은희씨는 남측에서 온 오빠 흥렬(86.맹 의원의 부친)씨와 언니 영희(79)씨의 손을 붙잡고 "울지마라. 기쁘게 웃자구"라며 미소를 지었다. 은희씨가 맹 의원에게 "어릴적 볼기짝 맞은 생각 안나니"라고 묻자 맹 의원은 "제가 어릴 때 장난이 심했죠"라며 웃었다. 은희씨가 "조카는 남쪽에서 뭘하느냐"고 묻자 맹 의원은 "국회의원입니다"라며'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라고 적힌 명함을 보여줬다. 은희씨가 "조국통일을 위해 많은 일을 하느라 애쓰는구나"라고 말하자 평소 북한 인권문제를 강조해온 맹 의원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맹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이라고 밝히자 북측의 고모는 "그 당에선 왜 6.15선언을 무효로 만들려고 하냐"고 묻기도 했다. 은희씨가 "속히 통일이 돼야 고모도 자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맹의원은 "지나치게 빨리 되면 무리도 생깁니다"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은희씨를 안내한 북측 적십자의 박솔메씨는 "고모님은 지금도 청진에서 외과수술을 집도하실 정도로 정정하시다"면서도 "고모님이 연로하셔서 건강을 위해 따라왔다"고 말했다. 2시간의 첫 상봉이 끝난 뒤 맹 의원은 "고모님이 북측에서도 인텔리셔서 한나라당의 성향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며 "담담할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니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