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이 납치 피해자들과 그들의 북한내 가족들 문제를 놓고 서로 상대를 자극하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해 9월 평양 북.일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놓여있는 양국 관계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납치문제는 때로는 서로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때로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재료로 활용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북한이 요즘 들어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부상한 일본 정부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 부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면서, 납치문제 카드를 구사한 것은 단적이 예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해 10월 일본으로 일시 귀국했다가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계속 머물고 있는 소가 히토미씨 등 납치피해자 5명의 북한내 가족을 일본에 보내주는 조건으로 일본측에 아베 부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는 것. 앞서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일본의 식량원조를 받는 조건으로, 납치 피해자들의 북한내 가족을 일본으로 보내주겠다며 일본측을 떠봤다는 얘기도 나온 바 있다. 북한이 일본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힌 사람은 요코타 메구미(사망) 씨의 딸 김혜경(15) 양과 소가 히토미 씨의 남편인 월북 미군 찰스 젠킨스(63)씨 등 2명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북한의 이런 제안이 일본의 식량지원을 받아내는 동시에 일본인 납치문제를 끝내기 위한 숨은 목적이 있다고 판단해 제안을 거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적어도 외견상 `납치문제의 해결없이는 북한과의 대화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만경봉호에 대한 검색강화 방침이나 재일 총련시설에 대한 조세 감면조치 중단 등의 조치는 북한이 납치문제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일본의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