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자금 150억원을 돈 세탁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완(50.해외체류)씨 집 거액 강도사건 조사 과정에서 당시 경찰 고위 간부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의 부탁을 받고 이 사건에 개입한 사실이 경찰 자체 감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청 임상호 차장은 27일 "지난해 3월31일 김씨가 강도를 당한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박종이 경감이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청 수사국장 이승재 치안감(현 경기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적임자 추천과 보안 유지를 당부했고, 이 국장은 서울청 강력계장에게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또 "이대길 당시 서울경찰청장도 비슷한 시기에 서울서대문서장 김윤철 총경에게 전화를 해 '안쪽(청와대를 지칭)과 관련된 사건이니 보안에 특별히 유의'하도록 지시를 했다"며 "하지만 (진술이 엇갈려) 현재 이 전 청장이 발생 초기에 사건을 알게 된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차장은 또 "그동안 관련자들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신고전화에 의한 수사착수'는 언론 보도 후 서대문서 강력2반장 이경재 경위가 박 경감과 상의하에 고의로거짓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차장은 "박 경감이 이 경위에게 2-3차례 전화를 하고 이 경위가 한 차례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기타 외부기관이나 인사가 청탁 전화를 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경찰청은 "보고누락 및 담당 형사들의 향응 수수 부분은 추후 감찰조사를 통해 상응조치하겠다"고만 밝혀 '호텔 수사본부설' 등도 일단 부인했다. 경찰은 또 현재 복역중인 떼강도 일당중 한 명인 곽모(45)씨와 곽씨의 구치소 동료 등의 말을 인용해 일부에서 제기한 김씨 피해 금액이 당초 경찰에 신고된 100억여원이 아니라 180억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 경감이 계급상 윗선에게 '같은 집에 두 번 강도가 든 건 망신이다'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청와대 파견은 업무특성상 계급을 떠나 그런 말할 수 있다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으로 이 경위의 거짓진술 경위 등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감찰조사가 끝나는대로 징계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경찰청과 서울청 감찰팀은 김영완씨집 떼강도사건을 둘러싸고 외압에 따른 은폐축소수사 의혹이 확산되자 지난 25일부터 이틀동안 당시 서대문서 수사과장과 서대문서장, 경찰청, 서울경찰청 수사 지휘부 등을 상대로 감찰작업을 벌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