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펜스포럼 재단이 추진했던 오는 6월 20일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미국행이 사실상 무산되게 됐다. 황씨는 28일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을 면담해 자신의 방미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고 원장은 황씨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신변안전 보장 문제를 들어 내달 20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방미는 어렵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한 측근은 29일 "고 원장은 미국 정부에서 경호해주겠다고 하면 보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며 "이에 대해 황씨는 정부의 입장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자신의 방미를 요청해야만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고, 그렇기에 민간 차원의 요청인 내달 방미는 물 건너가는 쪽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측도 "미국 정부 또는 의회, 민간단체 등이 초청하고 본인이 희망할 경우 허용한다는 게 국정원의 입장"이라며 "그러나 황씨는 북 고위급 망명자로 특별보호를 받아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신병안전 보장을 위해 한미 정부가 사전협의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그런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공식으로 밝혔다. 고 건(高 建) 총리도 지난 19일 대정부 질의에서 이같은 국정원의 공식 입장과 동일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국정원은 지난 4월말 황씨의 방미를 추진중인 재미인사 유천종 목사에게 황 비서를 미국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하면서, 미 국무부의 신변안전담보 서한을 보내주도록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국정원은 96년 망명한 황씨에 대한 6년 거주 보호기간이 끝났다며 방미를 허용할 듯한 입장을 전해와 황씨 주변에서는 방미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낙관했으나, 한미 정상회담이후 그같은 기류가 뒤바뀐 것 같다고 황씨 측근은 전했다. 황씨는 내달 20일 미국 디펜스포럼재단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미 하원 레이번 건물에서 개최될 디펜스포럼 정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며, 그는 파월 국무장관, 루가 상원외교위원장,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등 미 행정부 및 의회 지도부에 서신을 보내 자신의 방미를 지원해 주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디펜스포럼 재단은 지난 해에도 황 전비서를 미국으로 초청했으나 당시 한국 정부가 신변보호를 이유로 허락하지 않아 방미가 무산됐다. 한편 외교통상부와 노원구청 등에 확인한 결과 황씨에 대한 여권 신청이 지난 3월7일 이뤄졌으나 탈북자와 망명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국가정보원 신원조회과 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