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5.18 기념행사 방해사태에 대해 엄정 대처키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재야 및 시민단체 등과의 관계 설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조치는 한총련을 겨냥한 것이지만 물류대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교육계의 첨예한 대결, 파업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는 전국 공무원노조와 행정부간의 대립 등 사회 전반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참여정부의 출범 지지기반에 속한 노조 시민단체 운동권 등과의 완전 결별이라기 보다는 적어도 불법 과격세력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 과격세력에 강경대응으로 선회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총련의 광주시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법무부 행자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들도 일제히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이날 새벽 이례적으로 유감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파악과 주동자 엄정처리"를 지시했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도 "합법화를 바라는 한총련이 법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며 국민통합에 반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관할경찰서에 담당 검사를 파견해 진상파악에 나서는 한편 신원이 파악된 주동자 10명에 대한 검거에 나섰다. 시위참여자중 주동자와 적극 가담자는 끝까지 추적 검거해 구속수사키로 했다. ◆ 재야와 거리 두나 =정부의 이같은 강경방침은 그동안 취해온 '재야 및 급진개혁세력에 대한 유화 내지 포용정책'과는 궤를 달리한다. 두산중공업 사태와 철도파업 노.정협상 등에서 노조손을 들어주었고 화물파업협상에서도 노조요구를 전면 수용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는 물류대란 이후 비등하고 있는 현 정부의 위기관리능력과 친노조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여론 등을 크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등 현재 예고된 각종 이익집단들의 실력행사에 대해서도 미리 선을 긋지 않을 경우 나라 전체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정법을 뛰어넘는 과격세력을 차단하지 않고선 참여정부의 이른바 '개혁정책'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차봉천, 이하 전공노)도 공무원에게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모두 보장하지 않을 경우 22,23일 쟁의 찬반투표를 거쳐 집단행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전교조는 NEIS와 관련, 19일 연가투쟁 찬반투표를 가진데 이어 20일 투쟁방향을 밝히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 투쟁방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향후 재야 관계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