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방미성과 극대화를 위한 준비차원에서 청와대 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부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개인적 성향, 기질, 가족관계, 인맥 등 세세한 면까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노 대통령과의 비교라는 관점에서도 분석되고 있다. 0...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성장과정과 이념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노 대통령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집안형편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할 정도였고 정계에 입문해서도 낙선을 거듭하는 등 굴곡을 겪었지만,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정치명문가에서 태어나 한때 방황기를 제외하곤 비교적 순탄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이념면에서 노 대통령은 기존의 우리 사회 이념척도에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데 비해 부시 대통령은 신(新)보수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정상은 무엇보다 46년생 개띠 동갑내기에, 시골(경남 진영과 텍사스주) 출신이고, 탈권위적이고 소탈하며 에둘러 얘기하거나 외교적 격식을 따지기보다는 직설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성격이 급한 면도 있다. 노 대통령은 TV토론 등에서 가끔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을 보였고, 부시 대통령은 비스킷을 급하게 먹다 잠시 졸도한 적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1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연배가 높은 김 대통령에게 `this man'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국내에서 `외교적 격식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같은 부시 대통령에 대해 국내에선 논리적이고 설득조인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는 정면돌파에 능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스타일에 가깝다는 평을 한다. 0...두 정상의 퍼스낼리티와 관련, 방미 실무팀장인 반기문(潘基文)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두분의 통치스타일이 실용적이고 실무적이어서 코드가 맞다"며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도 지난달 15일 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나도 내 아들을 잘 아는데 노 대통령은 내 아들과 성격이 비슷해 잘 통할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은 소박하고 진솔한 농담을 좋아한다"며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핵 문제 등 양국간 주요현안을 놓고 부시 대통령이 `예스냐 노냐'식으로 접근하는 데 대해 노 대통령이 `이것도 맞고요, 저것도 맞고요'라는 식으로 대응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단호하고 명쾌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의 신보수주의적 입장에선 `미국의 적이냐 동맹이냐'의 2분법이 기조인 데 비해, 노 대통령은 이라크전 파병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언급할 때 자신의 결론만 말하는 게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해당 사안의 다양한 측면에 따른 고심도 함께 토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메시지가 모호해지는 어법을 구사함으로써 두 특성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