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보수파와 개혁파가 2일 '고영구 국정원장 사퇴결의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개혁파들은 사퇴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보수파 공격에 나섰고, 당 지도부는 이들의 요구를 일축하며 다음주중 국정원폐지법 제출을 강행키로 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이 개혁신당을 추진 중인 가운데 터져나온 이 같은 한나라당의 '보혁갈등'은 향후 정계개편을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부영 김부겸 안영근 김영춘 김홍신 서상섭 이우재 의원 등 7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당이 우리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퇴권고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사퇴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또 고 원장의 이념 성향과 관련, "당이 과거 냉전시대의 극우 수구노선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당을 몰고 가는 것이야말로 해당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김영춘 의원은 불교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개혁을 요구하면 도저히 못견뎌하는 허약체질로는 한나라당의 탈바꿈, 사랑받는 진정한 변신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보수파의 2선 후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우회적으로 개혁파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며 맞공세를 펼쳤다. 이규택 원내총무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원총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결정되면 당론으로 된 것이 관행"이라며 "과거 총무를 역임했던 이부영 의원이 당에 와서 당론을 뒤집는 회견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무는 "당론을 따르지 않는다면 당을 떠나야지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그 분들도 각오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공격했다. 김홍신 의원의 자진 탈당을 주장했던 김무성 의원은 "같은 정체성을 가진 정당으로 가는게 옳다"며 개혁파 의원의 탈당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