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베이징(北京) 3자회담과 관련한 논평을 통해 "이라크전쟁은 강력한 '물리적 억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고 주장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이라크전쟁은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오직 강력한 '물리적 억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면서 "조-미 쌍방의 선차적 과제는 검증이요 뭐요 하면서 '물리적 억제력' 포기에 대한 논의에 앞서 적대적 의도와 적대정책 포기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물리적 억제력'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8일 기자회견과 6일 성명에서도 밝힌 것으로 그동안 북측이 주장해온 '군사적 억제력'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6일 성명에서 "오직 물리적인 억제력, 그 어떤 첨단무기에 의한 공격도 압도적으로 격퇴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적 억제력을 갖추어야만 전쟁을 막고 나라와 민족의 안전을 수호할 수 있다는 것이 이라크전쟁의 교훈이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말하는 '물리적 억제력'에 함축된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이라크전쟁의 교훈'을 지적하며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을 강력히 시사한 지난 1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중앙통신 회견 내용에서 '물리적 억제력'의 의미를 감지할 수 있다. 또 러시아주재 북한 대사관이 21일 이타르-타스 통신을 통해 "이라크전은 우리에게 강력한 전쟁 억제력의 보유 필요성을 일깨워줬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지난 3월 초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에게 작년 12월 시작된 핵 프로그램이 완성단계에 있음을 밝힌 이유"라고 강조한 대목에서 '물리적 억제력'의 의미는 더욱 선명해 진다.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3일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 외무심의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핵을 유일한 전쟁억지 수단으로 아직 믿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북한이 3자회담을 전후해 '물리적 억제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핵무기개발을 암시하며 미국을 압박해 자주권과 생존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선문대 북한학과 윤황 교수는 "물리적 억제력은 한마디로 핵 개발을 의미한다"면서 "북한은 회담 막판에 불가침조약 체결이란 카드를 대신해 핵포기와 체제보장을 연계하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북한실장은 "물리적 억제력은 북측 입장에서 보면 핵과 미사일"이라면서 "북측이 3자회담이 진행중인 시점에서 이를 강조한 것은 이라크전쟁 이후 국제사회가 미국의 눈치를 보는 이른바 '바그다드 효과'는 북한에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