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여부에 대해 논란이 가중된 상태에서 시작된 3자 회담 테이블에서 북한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회담을 앞둔 18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이제는 8천여대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측 대표단은 23일 회담 첫날 전체회의에서 미국측에 "(농축우라늄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 말해줄 수 없다"고 애매하게 답변한 것으로 일본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입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폐기를 주장하는 입장과 거리를 둔 반응이다. 회담 첫날 북미간 논의 과정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이번 베이징(北京) 3자 회담이 상당히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개월만에 상대방 전략을 탐색하기위해 대화 테이블에 앉은 북-미 쌍방이 핵문제를 바라보는 현격한 시각차를 확인해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입장을 먼저 말하기보다 애매한 태도로 한발 물러선 뒤 "미국의 의도를 확인해 보려고 한다"는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북한과 미국은 회담 첫날 기조 연설을 통해 상대방 의중을 파악한 뒤 24일 이틀째 회담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중국측도 회담 당사자로서 첫날 전체회의에서 입장을 충분히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자회담 내용과 진행 상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북한측의 농축우라늄 발언을 확인시켜 줄 수 없다" 면서도 "북한과 미국이 할 말은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