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가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보고서를 낸 것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 신·구주류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런 당내 대립양상은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고 후보자를 공식 임명키로 함에 따라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 일부 당직자들은 24일 정보위 위원들이 당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당 소속 정보위원 교체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정보위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상수 총장은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고 후보가 적임자임에도 정보위원들이 냉전적 잣대로 고 후보를 평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 당 위원들까지 보고서 채택에 동의한 것은 문제"라고 정보위원들을 겨냥했다. 이 총장은 "이 기회에 보수파 일색으로 구성된 정보위원들을 교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근태 의원 등 여권 개혁성향 의원 28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보위의 의견은 국정원의 개혁과제를 도외시한 것"이라며 "냉전적 시각으로 사상검증을 시도한 일부 의원들의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보위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언제 우리 당이 이 사안에 대해 당론을 정한 적이 있느냐"면서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이 심판을 해야지 누가 누구를 교체한다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천용택 의원도 "선무당이 사람 잡는 식으로 잘못된 지식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정보위 입장을 옹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는 "일부 의원들이 섭섭함을 표출한 것일 뿐"(문석호 대변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