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문답에서 폐연료봉 8천여 개의 재처리 사실을 3월초 미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에 핵 재처리 사실을 통보했다는 3월초를 전후해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여왔는가? 통보 시점이 정확하지 않고 실제 통보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지난달초부터 북 핵 재처리와 관련한 입장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월 초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와 군부에서는 대북 군사적 응징론이 자주 나왔다. 리처드 마이더스 미 합참의장은 2월28일 NBC방송에 출연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여부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고 이를 두고 같은 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니컬러스 크리스토프씨는 "미 국방부가 북 핵 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비밀리에 검토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며칠 동안 미 언론은 '맞춤 봉쇄'(tailored containment) 등을 거론하면서북한이 재처리시설을 가동하면 미국은 경제제재 및 항공기와 선박 나포, 해안봉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월3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런 사태는 그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3월4일 미국 정부와 언론에서는 '북 핵 개발 용인'을 시사하는 언급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USA 투데이가 이날 "미국, 북핵사태 기다리기 전략" 제하의 1면 머리기사에서행정부와 의회 소식통들을 인용해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앞으로 며칠 후 아니면 수주 후에 폐연료봉 재처리에 돌입함으로써 미국과 핵 대치 국면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은 이에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도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도 같은 날 "미국은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미국 정찰기에 대한 위협 비행을 하는 등 일련의 긴장조성 행위를 통해 미국의 관심을끌려고 하나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하루 뒤인 3월5일에는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핵 재처리를 시작하면 '금지선'을 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금지선이 무엇인지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해 '금지선'에 대한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그는 또 "만일 북한이 그 조치를 취한다면 그 지역의 전략적 상황은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추가 질문에 "러시아와 중국이 외교적 압력을 통해 북한이 추가 조치를취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제재'나 '응징'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하루 전날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같은 날 인터넷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과 아시아국가들은 핵으로 무장된 북한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도 갈수록 북한이 핵물질 등을 다른 나라에 팔지 못하도록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 미국이 북한의 핵재처리를 기정사실로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후 미국은 사실상 '북 핵 금지선'에 대한 발언을 극력 삼갔고 지난달 19일 미국이 이라크 공격에 나서면서 북 핵 문제는 미국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이 같은 전개과정을 미뤄볼 때 미국측이 북한의 핵 재처리 문제에 대한 입장이 선회한 시점은 3월 4-5일께로 이 무렵에 북한은 미국에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보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