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진통을 거듭해온 참여정부 초대 국정원장 후보에 고영구(高泳耉) 변호사를 낙점했다. 고 변호사는 새 정부 최대 인재 풀로 부상한 민변의 초대 회장을 지냈고, 강한개혁성향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한다. 막판까지 경합한 이헌재(李憲宰) 전 재경부장관을 제치고, 고 변호사를 선택한것은 무엇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상징하는 `개혁 코드'를 맞추려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기회있을 때마다 언급한 것처럼 `국민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을위한 권력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들은 "재야 법조인에게 국정원을 맡겨 개혁성을 부각하고 불법 사찰과 도청 의혹 등 온갖 시비에 휘말려온 국정원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이라고풀이한다. 이미 노 대통령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보고를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국정원장과의 주례 독대 관행도 폐지됐다.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지않는 것 자체가 국정원 개혁의 절반을 실행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국정원 직원의 정당, 정부 부처, 언론사 출입 금지 검토도지시했고, 무소불위의 권력행사의 원천이 됐던 국내 정치사찰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이미 피력했다. 한마디로 국정원의 `탈정치화', 막강 권력기관인 국정원의 `힘빼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조치다. 고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는 대로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어둡고 그늘진 이미지를 풍기는 `국정원'이라는 이름을 `해외정보처'로 개명하는 방안에서부터,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가 정보기관들과의 공조체제 강화, 국정원직무와 활동범위의 엄격한 제한, 국정원 조직개편 등의 획기적인 쇄신조치들이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도청의혹이 불거졌을 때 "대통령이 되면 국내사찰업무를 중지시키고 해외정보만 수집, 분석해 국익을 위해 일하는 해외정보처로 바꾸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함께 고 후보자는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예산통제권을 강화하고, 정보위원의 국가기밀 유출을 엄격히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정원 직원의 정부 부처, 언론사 출입 금지 조치도 본격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국내정보 수집에 투입됐던 인력과 장비를 대폭 감축하고 이를 해외정보 수집이나 남북관계 강화 목적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후보자가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 기획.조정권한 폐지, 보안업무 축소 및 정비 등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정리해갈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