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달이 지나는 동안 현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시각이 점차 싸늘해지고 있는 인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햇볕정책'의 계승자를 자처한 노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보이다가, 대북송금 특검법 통과와 이라크전 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등을 지켜보면서 점차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북한은 노 대통령 취임 당시 그간의 비보도 관례를 깨고, 지난달 25일과 26일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취임식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지난달 28일자를 통해 "북측 언론이 남측의 대통령 선거결과를 보도한 적은 있지만 취임식을 보도한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주민들은 노 대통령의 향후 행보와 새로운 정권 출범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측은 노 대통령 취임이후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긴장과 갈등국면에서도 남북 당국간 접촉은 물론 경제협력사업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섰으며,북측은 이달초 서울에서 개최된 3.1절 민족공동행사에도 종교인들을 대거 보내 사회교류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북한은 또 지난 18일 평양에서 개최된 `정부.정당.단체 합동회의'에서 "대결로얼룩진 북남관계가 협력하며 공조하는 우리 민족끼리의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며 `민족공조'를 거듭 강조하고, 우리 측에 대한 우호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대북송금 관련 특검법 공포를 계기로 북측의 태도가 뒤바뀌고 있다. 지난달 하순 한나라당 등 야당 주도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북한은 지난4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로 "특검법 도입의 강행은 현 남북관계를 동결상태로몰아넣게 될 것"이라는 압박성 성명을 낸데 이어 닷새후인 9일에는 16대 대선전 한나라당의 대북 밀사파견설을 흘리면서 특별검사제 도입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이제 특검법이 공포된 상황에서 특별검사의 수사로 대북송금 내역이 밝혀지면, 자칫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도덕성에 생채기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특검법 실행에 대한 여야간 협의가 진행중인 상태여서, 북측은 추가반응을자제하고 있지만 수사가 본격화되면 강한 불만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북측은 아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달초 시작돼 내달 2일까지로 예정된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과 독수리훈련과 관련, 북한은 "규모와 성격, 목적과 훈련방식이 `팀스피리트' 합동군사훈련의재판으로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침공하기 위한 핵 예비전쟁"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22일에는 이라크전에 따른 남측의 경계조치를 이유로 오는26일부터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남북경제협력제도실무협의회 2차회의와 3차 해운협력 실무접촉을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데프콘 2'라는 초경계태세를 내린 적이 없다"는 거듭된해명에도 불구, "이라크 전쟁을 구실로 `데프콘 2'를 선포한 것은 남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빙자해 동족을 위험시하면서 대결자세를 취하는 무례한 행동"이라면서 강한 어조로 비난하고 있다. 북한은 또 지난 25일 중앙방송 보도를 통해 이라크전에 따른 우리측의 경계강화에 대한 비난공세를 지속했다. 이와 관련, 한 북한 전문가는 "북측으로선 남북관계는 핵문제, 그리고 이에 따른 북미, 북일 관계의 연장선에서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며 "현재 외부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인식 악화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 당국이 핵파문에 따른 국제사회의 여건악화에도 `민족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북측의 대남 비난공세는 일시적일 것"이라며 "북측이 4월 제10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