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5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국군 공병부대와 의료지원단의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파병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반대여론이 확산됨에 따라 처리를 연기했다. 국회가 이날 파병동의안 처리를 연기한 이유는 당론결집이 여의치 않은 탓도 있었지만 미국의 대(對) 이라크 전쟁을 '유엔 결의를 거치지 않은 명분없는 전쟁'으로규정하고 '극력저지'에 나선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간접적으로 작용했다. 참여연대, 녹색연합, 평화 여성회, 여성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 주변을 에워싸고 `파병반대' `전쟁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실력행사에나섰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오후 국회 본관앞까지 들어와 10여분간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들중 일부는 본회의장 방청이 불허되자 본관앞에서 "국회가 민의를 무시하고 있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다 저지하는 경찰관 및 국회 방호관들과 몸싸움을 벌이는등 한때 소동이 벌어졌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회까지 `진입'해 반전시위를 벌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처럼 국회 의사당밖의 반전론이 비등하자 여야 정당은 파병안 처리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으며, 결국 당론 결집이 여의치 않자 파병동의안 처리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당무회의를 열어 파병찬성을 당론으로 하되 반전여론 등을 감안해 `구속적 당론'이 아닌 `권고적 당론'으로 결정했으나 이같이 어정쩡한 입장은 오후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뒤집혔다. 의총에서 김영환(金榮煥) 송영길(宋永吉) 의원 등 `파병 반대파' 의원들이 2시간여 동안 `필리버스터'를 통해 파병반대를 강력히 주장해 권고적 당론 방침을 철회시킨 것이다. 한나라당도 오후 1시간여동안 의총을 열어 논란끝에 `파병 찬성'입장을 권고적당론으로 정한 뒤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으나 민주당이 `자유투표'쪽으로 돌아서자 2번째 열린 의총에서 연기론으로 기울었다. 2차 비공개 의총에서 안택수(安澤秀), 정형근(鄭亨根) 의원등은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당론을 정하지 못하는 민주당 의견을 조율한뒤 파병결정 배경에 대해 먼저 국회에 설명하고 나서 처리를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고 대다수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 파병반대론 내지는 신중론이 확산된 이유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파병동의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상대로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본회의장에서 긴급 회동, 이날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고 파병동의안 처리를 미루기로 했다. 이에 앞서 국회 본회의 반대토론자로 민주당 의원 9명과 한나라당 의원 3명이 신청한데 대해 한나라당 이 총무는 민주당 정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은 평화주의자로, 한나라당은 전쟁주의자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반대토론 의원 숫자를줄여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파병동의안 처리가 유보됨에 따라 향후 동의안 처리과정에 극심한 논란이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