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사용하고 있는 e메일 주소에는 사연이 많다. 한국경제신문이 20일 발간한 '노무현 핵심브레인'에 실린 대통령 비서진들의 e메일 주소는 그들의 변화무쌍한 이력만큼이나 특이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의 e메일 주소는 gojcy@cwd.go.kr이다. 청와대 입성 이전에는 ngojcy를 ID로 사용했다. '정찬용'의 영문이니셜 'jcy'앞에 평생 자신이 몸담았던 비정부기구를 뜻하는 ngo를 붙였다가 제도권 진입과 동시에 go(government)로 바꿨다. 박기환 지방자치비서관도 신분변화를 사이버공간에 반영한 케이스. 그는 포항에서 교수,버스회사 상무,청년회의소 회장을 거쳐 포항시장까지 지낸 '포항토박이'다. 그래서 ID를 pohangin(포항인)을 쓰다 지방자치 업무를 총괄하는 직위에 오름에 따라 지방색을 털어낸 parkkh21로 교체했다. 기자 출신으로 지난 대선기간중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지역 언론특보를 지낸 안봉모 국정기록비서관의 ID는 sagwan. 조선시대 역사편찬을 맡았던 관직인 '사관'(史官)을 그대로 영문으로 옮겨 쓰고 있다. 안 비서관은 "국정기록비서관의 하는 일이 과거 사관에 해당돼 ID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이 종전에 사용하던 ID는 Osiris111(오시리스)였다. 이집트 신화에서 '사자(死者)의 신(神)'으로 나오는 오시리스는 공교롭게도 새정부 조각과정에서 보여준 이 실장의 역할과 닮은 점이 많다. 이 실장이 각료와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 깊이 간여하면서 '살생부'를 작성했다고 알려지는 등 '저승사자' 역할을 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같은 주변의 시각을 의식해서인지 청와대에 들어와선 자신의 이름 영문이니셜 kjlee로 바꿨다. 가톨릭 신자인 이해성 홍보수석과 김경륜 제2부속실장은 각각 영세명 david(이스라엘 왕 다윗)와 veritas(진리)라는 ID를 쓰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